과거로 돌아간 대선
과거로 돌아간 대선
  • 남경훈 기자
  • 승인 2012.10.23 2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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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남경훈 취재1팀장(부국장)

대선시계가 뒤로만 가고 있다.

50여일 앞으로 다가온 18대 대통령선거는 과거에 발목이 잡혀 있다.

2007년 남북정상회담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해 북방한계선(NLL) 포기 발언과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의 유산인 ‘정수장학회’ 문제는 벌써 10여일이 넘게 대선를 지배하고 있다.

이 두 가지 사안은 대선 후보의 국정운영 방향이나 정책과는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과거의 일이다.

여야는 하루가 멀다하고 NLL 발언 의혹과 정수장학회 문제를 놓고 공방을 이어가고 있고, 사생결단의 자세다.

23일만 해도 새누리당은 NLL과 관련해 긴급현안질의를 제안했고 민주통합당은 정수장학회를 사회에 환원하라고 요구했다.

새누리당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NLL 포기 발언 의혹과 관련해 국회 본회의에서 긴급 현안 질의를 하자고 제안했다.

민주통합당은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7년 남북정상회담 후 ‘어떻게든 NLL은 안 건드리고 왔다’고 연설했다고 반박했고, 정수장학회 문제와 관련해서는 국민은 박 후보에게 불통의 대통령 후보라고 낙인을 찍었다며 여당내에서도 노골적으로 비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정수장학회를 주인에게 돌려주거나 사회에 환원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대선전이 이처럼 과거에 머물고 있는 가운데 이번 대선판에는 과거 인물들이 두각을 나타내는 것도 이채롭다.

‘DJ 전 비서실장’ 한광옥씨가 박근혜 캠프에서 ‘동서(東西) 화합’을 외치고 있고, 안철수 후보와 손잡은 ‘관치(官治) 금융의 상징’ 이헌재씨도 어느 날 등장했다. 또 전두환·노태우·김영삼 정부를 이어오며 득세했고, 이회창 후보의 핵심 측근이었던 윤여준씨는 문재인 캠프 ‘국민통합추진위원장’이 됐다.

대선구도가 주제부터 등장인물까지 과거라는 블랙홀에 빨려 들어감에 따라 경제민주화나 민생을 둘러싼 미래 정책경쟁은 실종되고 있다.

정가 안팎에서는 이번 대선이 정치적 이슈 공방을 넘어 시대적 요청과 관련된 주요 정책들이 쟁점·공론화되고, 후보자의 정책적 입장과 역량을 검증하는 선거가 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유럽 재정 위기 여파 등으로 글로벌 경기가 위축되면서 국내 경기여건도 급속히 악화되고 있다. 가계부채와 청년실업, 고령화 사회로의 진입 등에 따른 국가적 현안들을 극복하기 위한 방안들이 시급히 요구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우선 정책선거의 실현을 위해 후보자와 정당이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 세부적인 정책을 서둘러 발표하고 이를 알리려는 노력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여야 대선 주자 3인방이 공통적으로 내세우고 있는 경제민주화, 일자리 창출, 부동산 대책, 대북 정책 등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각 후보들의 정책은 겉으로는 비슷한 모양새지만 세부적으로 들여다보면 내용면에서는 각 후보마다 조금씩 방향이 다르다.

앞으로 5년간 대한민국을 이끌어갈 지도자를 뽑는 것은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중요한 국가대사다. 여야 후보들이 비전과 공약을 내놓고 활발한 토론을 벌여야 국민이 정책과 인물됨을 충분히 따져볼 수 있다. 더욱이 선거 막판에 대결구도가 짜일 가능성이 매우 높아 차분한 검증은 이뤄지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후보의 이미지를 보고 투표하는 ‘인기 투표’가 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런 우려를 해소하고, 유권자의 올바른 선택을 위해 과거의 공방이 아닌 예측 가능한 정책과 비전의 대결이 이뤄져야 한다. 국민들은 답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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