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남은 카드는 무엇인가
이제 남은 카드는 무엇인가
  • 권혁두 기자
  • 승인 2012.08.20 20: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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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권혁두 국장 (영동)

1982년 영국과 아르헨티나가 벌였던 포클랜드 전쟁은 국가간 영토분쟁이 전쟁으로 비화한 대표적 사례다.

남대서양 끝자락에 위치한 이 섬은 16세기를 전후해 영국과 프랑스가 정착민을 보내 분할 통치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1776년에는 스페인이 프랑스로부터 이 섬의 권리를 사들여 영국과 공동 지분을 갖게 된다. 얼마 후 이 섬은 양국 정착민들이 철수하며 무인도가 돼버렸고, 1816년 스페인으로부터 독립한 인근의 아르헨티나가 당시 스페인의 영토였던 이 섬까지 승계했다며 자국 영토로 선언했다.

분쟁은 영국이 어업 전진기지와 남극 진출의 교두보 구축을 위해 이 섬에 다시 정착민을 보내면서 시작됐다.

1833년 영국은 군대를 보내 이 섬을 접수하고 아르헨티나계 주민과 관리들을 퇴출했다. 아르헨티나는 눈물을 삼켰지만 갓 독립한 약소국이 '해가 지지않는 나라' 영국에 맞설 수는 없었다. 이후 100여년간 영국이 지배하던 이 섬은 1940년대 전 세계에 탈식민지화 기류가 번지며 다시 분쟁의 중심으로 들어간다. 아르헨티나가 영유권을 다시 주장하기 시작했고, 1973년 유엔은 양국의 협상을 결의했다. 하지만 이 섬의 실질적 지배국인 영국이 협상에 전향적일리 없었고, 급기야 아르헨티나 정부는 마지막 카드를 선택한다. 포클랜드 전쟁의 시작이었다.

1982년 4월 아르헨티나는 이 섬을 침공해 영국군 수비대를 무장 해제하고 점령한다. 그러나 아르헨티나의 포클랜드 지배는 2개월을 못 갔다. 미국 등 열강의 지지를 이끌어낸 영국이 바로 반격에 나서 섬을 재탈환했기 때문이다.

대처 수상의 전기 영화 '철의 여인'에는 그녀가 이 전쟁에 임하는 대목이 나온다.

당시 헤이그 미 국무장관이 협상을 통한 해결을 주문하자 대처는 "일본이 진주만을 침공했을 때 당신들은 대화로 풀었느냐"며 입을 막아 버린다.

결과적으로 아르헨티나는 경솔했다. 뒷감당할 능력도 없이 마지막 카드를 던진 것이다. 사후 벌어질 결과에 대해서도 철저하게 오판했다. 군사적 도발이 영국을 압박해 협상을 진전시킬 것으로 기대했다. 영국이 자국에서 멀리 떨어진 하잘 것 없는 섬을 위해 평화적 해결을 원하는 국제여론을 외면할리 없다고 본 것이다.

남미 우방의 일치된 지원을 확신했지만 이웃사촌인 칠레가 영국 전투기에 영공을 제공하며 등에 비수를 꽂았다. 자초한 패배였고, 대가는 쓰디썼다. 갈티에리 군사정권은 실각했고, 국민들은 내땅을 되찾았다가 힘에 부쳐 쫓겨났다는 수치심에 떨었다.

갈티에리 정권이 불안한 내정을 극복하기 위해 도박을 했다는 분석이 정설로 굳어있다. 당시 아르헨티나 정정은 극심한 인플레이션과 실업, 격화하는 반독재 투쟁, 악화된 국제여론 등으로 혼란한 상태였다. 정권 연장을 위한 선택이 오히려 명을 재촉한 꼴이 된 것이다.

일본 정부는 오늘 각료회의를 열어 독도 관련 대응조치를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일본이 특정 국가에 대한 보복조치를 위해 긴급 각료회의까지 여는 건 전례가 없는 일이다. 국제사법재판소 제소를 포함해 한·일 통화 스와프 축소, 정부 차원의 '다케시마의 날' 선포, 독도 인근 해양순시선 파견 등이 논의될 전망이다.

궁금한 것은 이제 우리가 내놓을 카드는 무엇인가 하는 점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독도 방문에 이어 일본인들이 신(神)처럼 떠받드는 왕까지 공박했을 때는 일본의 격한 반발을 예상했을 것이고, 그에 따른 대안도 준비했을 것이라고 믿는다.

그러나 돌아가는 추이를 보면 과연 우리에게 남은 카드가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지워지지 않는다. 일본이 보복에 나오더라도 당장에 타격은 없을 것이라는 한가한 전망과 중국의 공세에는 소극적이면서 우리한테만 날을 세우느냐는 넋두리만 나오는 형국이다.

일본이 중국에 자세를 낮추는 것은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하나는 센카쿠의 실효적 지배국으로 우위적 입지에 있는만큼 맞대응할 필요가 없다는 전략적 판단이다. 다른 하나는 중국과 충돌해서 대립에 들어갈 경우 상대적 열세에 놓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일본은 이미 2010년 센카쿠 열도에서 중국 어선을 나포하고 선장을 구금했다가 쓴맛을 본 적이 있다. 당시 중국은 일본의 주력인 자동차·전자·반도체산업에 필수적인 히토류(희귀광물질) 수출을 금지함으로써 일본을 굴복시켰다. 일본은 이때 싸움을 걸 때는 누가 더 많은 카드를 쥐고 있는지 생각해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을 것이다.

이 대통령의 지지율은 독도 방문 후 10% 포인트나 높아졌다고 한다. 그러나 정부가 새로운 카드를 내놓지 못하고 어정쩡한 수세의 국면이 계속된다면 일장춘몽(一場春夢)에 그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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