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경선, 그들만의 리그
여야 경선, 그들만의 리그
  • 이재경 기자
  • 승인 2012.08.19 2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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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이재경 부국장(천안)

여야가 경선이 한창인데 사람들이 도무지 관심이 없다. 새누리당은 어제 모든 경선 일정을 끝내고 오늘 대선후보를 선출한다. 민주통합당은 닷새 앞인 25일 제주를 시작으로 다음 달 16일까지 13차례 순회경선을 통해 대선 후보를 결정한다.

그런데 이게 '그들만의 리그'로 보인다. 오픈 프라이머리, 전국 투어 형식으로 경선이 진행되는데 국민은 별 관심이 없는 것 같다.

새누리당은 올림픽이 악재가 됐다고 하소연할지 모르나 민주통합당의 경선 열기도 미지근한 것으로 보아 올림픽은 핑계가 될 수밖에 없다.

이유가 뭘까. 크게 두 가지로 분석해보고 싶다. 예측 가능한 뻔한 결과와 정치에 신경 쓸 겨를조차 없는 국민 정서다.

전자의 경우 이미 답이 나왔다. 새누리당의 경선은 사실 실패했다. 안 하는 게 더 나았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경선과정에서 터진 공천헌금 파문은 큰 악재가 됐다. 당사자인 현영희 의원, 당 공천심사위원이었던 현기환 전 의원 등 친박계 핵심 인사들의 범법 사실이 드러나면서 몇몇 후보들이 경선 보이콧까지 선언하는 사태로 치달았다. 가까스로 봉합되긴 했으나 이게 경선 흥행 실패 원인은 아니었다. 사실상 '박근혜 추대'를 위한 경선이어서 흥미는 애초부터 없었다.

민주통합당도 이번 주부터 경선을 시작하지만 '골수 당원'말고는 관심이 있는 국민이 별로 없다. 이미 앞날이 예측되기 때문이다. 민주당의 대선후보가 결국 안철수 교수와 담판을 짓는 수순, 민주당과 안철수와의 단일화가 이미 결론지어진 상황이라 역시 경선에서 누가 되는지가 궁금할 리 없다.

후자의 경우는 심각하다. 정치 불신의 원인이 '경제 피폐'에 있기 때문이다. 정치권이 밥그릇 싸움이나 하며 민생을 챙기지 못하는 사이에 서민 경제는 완전히 하향 내리막길을 달리고 있다. 부의 분배가 제대로 이뤄지지않으면서 중산층이 절반이나 무너졌다. 돈이 돌지 않으니 서민 경제는 말할 것도 없다. 먹고살기 힘든 상황에서 대선 후보 경선이라는 이벤트에 관심이 있을 리 없다.

LG경제연구원이 19일 '대한민국 인적자본이 흔들리고 있다'는 제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한국 경제의 위기 징후를 세 가지로 지적했는데 첫째가 저출산, 둘째가 청년 실업, 셋째가 높은 스트레스였다.

보고서는 저출산의 원인을 명료하게 지적했다. 소득은 늘지 않는데 육아에 필요한 부동산과 교육비 지출 부담이 크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청년실업률은 환란 이전(1990~1997년)에 5.5%였는데 2000년대 들어 평균 7.3%로 크게 증가했다.

관심을 끄는 대목은 스트레스다. 보고서는 2010년 한 해 동안 우울증으로 병원을 찾은 사람이 한국 인구 10만명 당 1071명으로 10년 전 475명보다 두 배 이상 늘었다고 밝혔다. 자살률은 10만명당 31.2명으로 0ECD 회원국 중 가장 높았다.

보고서는 통계청의 자료를 인용해 20~50대 자살의 가장 큰 원인이 경제적 어려움이었다고 밝혔다. 2010년 우울증과 자살에 따른 인적 자본 손실액을 11조5000억원으로 추정했다.

이 보고서가 시사하는 바는 크다. 경제의 근간이 되는 인적 자본의 손실이 심각한 상황이고, 더는 방치해선 안된다는 것이다. 인적 자본 손실의 원인을 경제난으로 지적했다는 점도 간과해선 안 될 대목이다.

이런 상황인데 정치권은 경선에만 '올인'이다. 8월 임시국회가 16일째 개점휴업이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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