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찬경 게이트'의 끝은?
'김찬경 게이트'의 끝은?
  • 조한필 기자
  • 승인 2012.08.01 21: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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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조한필 <부국장(천안·아산)>

기자란 직업 때문에 여러 사람을 만나게 된다. 널리 알려진 인물도 있고 평범한 사람도 있다. 아산지역이 미래저축은행 김찬경 회장(56ㆍ구속기소) 때문에 진저리를 치는 요즘, 김 회장과 연관돼 두 인물이 잇따라 뉴스를 탔다. 그들과 우연히 혹은 취재 중 마주쳤던 기억이 새롭다.

지난달 27일 강희복 전 아산시장(70)이 전격 구속됐다. 김 회장이 차명 소유한 아산시 영인면 소재 아름다운CC 골프장 건설과 관련해, 김 전 시장이 재임기간(2002~2010년)에 억대 뇌물을 받은 혐의다.

강 전 시장을 만난 건 구속 일주일 전이었다. 아내와 함께 신정호 여름 별빛축제서 상영하는 영화를 보고, 오후 10시경 한적한 신정호변을 산책할 때였다. 반대편에서 혼자 걸어오던 김 전 시장과 우연히 마주쳐 길 위에서 몇 마디 나눴다. "건강은 어떠시냐"고 묻자 강 전 시장은 "나야 괜찮지만 아내가 걱정"이라고 했다. 2010년 지방선거 때 그가 갑작스레 3선 도전을 포기하면서 '부인 건강'을 이유로 내세운 게 떠올랐다.

이어 "신정호가 이렇게 명품공원으로 탈바꿈한 것은 강 시장님의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덕담을 건넸다. 기분이 좋었던지 강 전 시장이 소장으로 있는 순천향대 아산학연구소에 한 번 찾아오라고 했다. 점심을 사겠다고 했다. 몇 해 전 아산학연구소 의뢰로 순천향대 학생에게 특강을 한 인연도 있어 "그러겠다"고 했다.

그러나 그 약속은 지켜지지 못할 듯하다.검찰에서 확실한 수뢰 혐의 증거를 포착했다는 후문이다.

아름다운CC는 아산시청 공직자의 무덤이 됐다. 지난달 12일 2명이 구속기소됐다. 골프장 증설 청탁과 함께 8000만원 받은 당시 도시계획과장과 부지 측량 때 경계 침범을 눈 감아주는 대가로 6500만원 받은 토지관리과 팀장. 수뢰혐의 액수(360만원 상당 금품)가 적다는 이유로 건축과 팀장은 불구속 기소됐다.

나흘 후인 지난달 16일 미래저축은행 천안지점장 김모씨(53)가 목을 매 자살했다. 지난해 8월 그와 만난 적이 있어 놀라웠다.

김 회장이 실질적으로 소유한 아산외암마을 건재고택(중요민속자료)이 경매로 넘겨진 것과 관련해 그를 취재했다.

첫 대면인 김씨는 당시 금융감독원 감사를 받고 있어 피곤한 기색이었다. 김 회장과 6촌형제 사이인 건 전혀 몰랐다.

천안지점은 건재고택을 담보로 2006, 2007년 소유주 이모씨(2009년 자살, 당시 68세)에게 4회에 걸쳐 총 40여 억원을 대출해 줬다. 담보물이 문화재적 가치는 높으나 경제적 가치는 낮은 고옥인 점에 비춰 과다대출이 의심됐다. "너무 많은 돈이 대출된 것 아니냐"고 묻자 "똑같은 질문을 금감원 감사 관계자로부터 듣고 있다. 감사가 진행되는 상황이라 말씀드릴 수 없는 걸 이해해 달라"고 '공손히'답했다.

"건재고택 경매를 통해 대출금을 전액 회수하긴 어려운 것 아니냐"는 질문에 그는 "문화재적 가치를 알아보는 임자를 만나면 가능할 수도 있다"며 기대감을 보였다.

도대체 무엇이 그를 자살로 몰았을까. 건재고택에 관련해선 소유ㆍ채무관계 등 미심쩍은 부분이 한두 군데가 아니다. 그는 그 모든 걸 알고 있었을 것이다. 건재고택은 최초경매가가 47억원이었으나 1회 유찰로 경매가가 33억원으로 떨어진 상태다. 대출금 회수는 사실상 물 건너갔다.

자수성가한 김 회장이 고향 아산에 돌아온 후 국가문화재 경매, 전직 시장 및 시공무원 구속, 자살 등 불미스런 일이 이어졌다. 터질 뇌관이 더 있을까 조마조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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