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에 사라진 대기업의 상도
폭염에 사라진 대기업의 상도
  • 오수희 <청주시의원>
  • 승인 2012.07.31 2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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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권익위원칼럼
오수희 <청주시의원>

최인호가 쓴 소설 '상도(商道)'는 조선 후기 무역상 임상옥의 굴곡진 생의 역사에서 진정한 상업의 도를 찾아가는 과정을 그려낸 소설이다. 죽기 직전 자신의 재산을 모두 사회에 환원하고 '재물은 평등하기가 물과 같고, 사람은 바르기가 저울과 같다'는 유언을 남긴 임상옥은 '상도(商道)'가 무엇인지를 일깨워 주고 진정한 이윤은 돈으로 환산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과 신용을 얻는 것이라는 교훈을 주고 떠났다.

그래서 지금도 거상 임상옥은 특히 기업인들에게 롤모델이 되고 있다. 진정한 상도는 돈보다 사람과 신용을 얻는 것이라는 것. 진정한 이윤은 몇푼의 돈이 아니라 사람이라는 것인데 시대가 천년만년이 흘러도 변할 수 없는 진리임에 틀림이 없다.

요즘 전국 대부분 지방에 폭염특보가 발효 중에 있다. 무더위라는 말로는 표현이 모자란다. 그야말로 대한민국이 찜통이다. 낮 최고기온이 33도 이상을 오르내린다. 이렇다보니 기온과 습도의 함수로 더위의 정도를 온도로 지수화한 열지수(apparent temperature)도 높다. 최근 일최고열지수가 34~45도를 기록하고 있다.

열지수가 32~41도에서 지속된 노출이나 육체적 활동을 하게되면 일사병, 발작, 탈수증세가 올 수 있다. 미국기상대가 1985년부터 기온이 높을 경우에 예상되는 재해를 막기 위해 스테드만(Steadman 1979)의 열지수를 사용하기 시작한 이후 전 세계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것인데 이로보면 우리는 지금 일사병, 발작, 탈수증세를 불러올 수 있는 열지수를 기록하고 있는 것이다. 국민들이 낮에는 폭염과 밤에는 열대야에 시달리고 있다. 불쾌지수와 피로감이 극에 달해 있다.

요즘 같은 찜통더위에 에어컨은 큰 위안이 된다. 물론 웬만한 더위는 선풍기와 부채 등으로 극복할 수 있다. 하지만 35도를 웃도는 폭염의 극점에서는 무용지물이다. 찜통에서 에어컨이 멈춘다는 것은 상상하기도 싫다. 그런데 이런 상황이 속출하고 있다. 에어컨 고장으로 곳곳에서 아우성이다.

문제는 여기에 있다. 고장난 에어컨 수리를 위해 서비스센터에 연락하면 보통 1주일 후에나 수리가 가능하다고 한다. 사철이 더운 적도가 아닌 한국은 지금과 같은 폭염은 불과 며칠이다. 그 며칠이 지금이다. 며칠뒤 고장난 에어컨을 수리하고나면 폭염은 지나고 여름도 막바지에 이르러 굳이 에어컨이 필요없다. 연중 10여일을 사용할까말까 하는 에어컨을 사용하지 못하고 여름을 나야 하는 것이다. 에어컨을 두고도 속절없이 폭염피해를 당해야 하는 것이다. 소비자들이 아우성일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에서 에어컨을 생산하는 업체는 대기업이다. 대기업들의 얌체상혼이 이런 상황을 부르는 것이다. 해마다 여름철이면 되풀이되는 일이어서 예측이 가능하다. 그럼에도 서비스 인력이 부족하다는 핑계에 하소연도 못하고 소비자들이 매년 수리 대기기간을 기다리다가 여름을 보내고 만다.

왜일까. 판매에만 급급하고 서비스는 뒷전으로 미루는 기업의 상도 부재 때문이다. 예측이 가능한데도 기업이 피크타임 수리인력 운용이라는 대소비자 서비스를 모른체하고 있는 것이다. 그것도 대기업에서 말이다.

조선시대 대기업 오너 거부 임상옥. 돈보다 사람과 신용을 얻는 것이 상도라고 주장하며 이를 실천한 그가 오늘 폭염속에서 더욱 돋보이는 이유다. 대기업의 기업윤리, 상도가 요구되는 한여름이다. 대기업이 국민들의 짜증을 가중시키고 있다. 국민들이 열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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