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 표 포기했다는 김문수 지사
충청 표 포기했다는 김문수 지사
  • 권혁두 기자
  • 승인 2012.04.30 2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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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권혁두 국장(영동)

12월 대선을 앞두고 이른바 '잠룡'들의 출마 선언이 잇따르며 대선 정국이 무르익고 있다. 여권에선 박근혜 전 대표를 필두로 김문수 경기지사와 정몽준 의원, 임태희 전 대통령실장 등이 출사표를 던졌고 이재오 의원과 정운찬 전 총리 등도 조만간 경선 레이스에 가담할 것으로 보인다. 야권에서는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출마를 밝혔고 문재인 민주통합당 상임고문, 김두관 경남지사, 손학규 전 대표, 박지원 의원 등이 뒤를 이을 전망이며 진보 진영에서도 유시민 통합진보당 공동대표 등이 거명되고 있다.

스스로의 역량을 가늠하고 내린 결단들이겠지만 '이 사람까지…' 하며 고개를 젓게하는 인물들이 적지않다. 특히 김문수 경기지사의 출마 선언을 바라보는 충청도 주민들의 시각이 그렇다. 그는 하이닉스반도체 증설을 놓고 청주시와 대립했던 인물이다. 정부가 환경문제를 들어 이천 하이닉스의 증설을 불허하고 청주 하이닉스 증설로 방향을 틀때 거의 사생결단 수준의 반대를 했던 인물이다. 경기지사라는 직분을 감안할 때 반대할 수밖에 없는 처지를 이해못할 바는 아니지만 그가 내세웠던 수도권 규제 완화와 '대수도권' 논리는 전국을 아우르며 국정을 총괄해야 할 대통령 후보로서의 안목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는 대수도권 논리의 창시자이자 추종자이다. 서울·인천·경기 등 수도권 광역단체들이 연대와 협력을 강화해 지역발전을 위한 시너지 효과를 높이겠다는 취지는 탓할 일이 아니다. 상수원 관리, 대기환경, 대중교통, 광역도로, 장묘시설, 환경처리시설, 복지시설, 학교 건립 등에서 통합행정체제를 구축하겠다는 논리도 비수도권에서 왈가왈부할 사안이 아니다.

그러나 이같은 공동발전의 발판을 수도권 규제 완화에서 찾겠다는 점에서 대수도권 논리의 문제점이 드러난다. 그럴듯한 포장의 속내는 규제에 밀려 지방으로 빠져나갈지도 모를 이권의 독식에 있었던 것이다. 기업이 원하는 곳에 공장을 지을 수 있도록 국가가 도와줘야지 기업입지를 국가가 좌우해서는 안 된다는 김 지사의 일관된 지론이 대수도권의 본질이자 핵심이다.

이런 김 지사가 행복도시(세종시)를 불행도시라며 반대하고, 공공기관 이전과 분산에도 쌍지팡이를 휘두른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다. 수도권 규제법을 무력화해 지방 기업까지 수도권으로 끌어올 작정인 그가 세종시나 지방에는 행정기관이나 공공기관이 아니라 실질적인 도움이 될 기업이 가야한다고 점잖게 훈수를 둔 대목에선 실소를 참기 어렵다.

그는 군사시설은 혐오시설이라며 이천으로 특전사령부가 이전하는 것은 반대하고 나섰다. 혐오시설은 지방으로, 친화시설은 수도권으로 몰자는 심사나 다름없다. 당시 충북에서는 그가 규정한 혐오시설(육군종합행정학교와 학생중앙군사학교) 유치를 놓고 두 지자체가 골육상쟁을 벌였다.

그의 경제 철학 역시 대수도권 논리와 궤를 같이한다. 그는 참여 정부가 가장 실패한 것은 성장보다는 분배를 우선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하는 성장주의자이다. 당연히 대기업에도 친화적이다. '그나마 대기업들이 사업을 확장하고 있기 때문에 외국의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며 골목상권까지 섭렵하는 대기업의 문어발식 확장을 변호하기도 했다.

경기도청에서 최근 김 지사 출마와 관련해 작성된 문건이 유출돼 논란이다. 문건에는 세종시를 반대한 김 지사가 충청도에서 승산이 없으므로 그외의 다른 지방 단체장, 지방의원 등과 연대해 대선 전략을 짜야 한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참모들이 충청도 표를 포기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한 것은 그동안 김 지사가 얼마나 충청도를 우습게 보고 어깃장을 놓았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과거의 행적 때문에 대전과 충·남북 등 3개 광역단체를 통채로 포기해야 하는 인물이 대통령에 출마하겠다고 나선 것은 난센스 중의 난센스다. 충청을 제외한 다른 지방은 그에게 우호적일 수 있다는 기대감은 또 어디서 나왔는지 묻고싶다. 만에 하나 그가 당내 경선을 뚫고 대선 후보로 나설 경우 선거운동보다 종전의 언행을 변명하고 소신을 뒤짚는데 더 시간을 들여야 할지도 모른다. 하긴 운동권 출신 노동운동가로 출발해 변신을 거듭해온 그에게 자신을 자유자재로 바꾸는 그런 재주는 타고났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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