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삐 풀린 가격 "서민음식 맞아?"
고삐 풀린 가격 "서민음식 맞아?"
  • 정규호 기자
  • 승인 2012.03.11 21: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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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짜장면 가격 집계 … 충북 4500원 1위
외식 1순위 메뉴 … 소득·지역따라 양극화 조짐

짜장면 가격이 요동치고 있다.

행정안전부와 통계청이 집계한 지난달 지방물가정보에 따르면 충북의 평군 짜장면 가격은 4500원으로 전국에서 가장 비싼 것으로 집계됐다. 가장 싼 지역인 대구의 3833원보다 1567원이나 가격이 높다. 청주 전 지역의 짜장면 가격이 동일하게 적용되는 일은 사라지고 만 것이다.

짜장면 값은 아직 행정안전부가 정한 정부의 물가관리 48개 품목에는 속해 있다. 그러나 현 정부들어 물가관리 품목이 최대 150개에서 100개로, 또 지난 1월에는 30개 품목으로 줄었다 늘었다를 거듭하면서 사실상 통제 기능을 상실하고 있다.

비록 해프닝으로 확인되긴 했으나 공정거래위원회에 의해 바뀐 생활상에 따라 새로 제시된 물가관리품목에 짜장면이 빠졌다는 소식이 인터넷을 통해 확산되면서 가격안정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짜장면 가격 인상과 혼란 현상에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끼친 것은 지난해 돼지고기 파동 때 부터다. 물가관리품목에 해당된다는 이유로 인상 억제를 유지해 왔으나, 천정부지로 치솟는 돼지고기값을 견디지 못한 일부 중국음식점이 가격인상을 하면서 고삐가 풀리고 말았다.

게다가 아파트가 밀집된 주거지역을 중심으로 배달이 크게 늘어나자 배달 인력에 대한 인건비 부담 등을 이유로 올린 짜장면 값은 돼지고기 값이 진정국면에 접어들었음에도 좀처럼 내릴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서민음식'짜장면의 가격 안정을 유도할 대안을 제대로 내놓지 못하고 있다.

매월 물가안정 관계장관회의를 거듭하고는 있으나 치솟는 서민물가를 잡을 뾰족한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짜장면의 가격파괴가 빚어지면서 주거 밀집지역의 경우 아예 주방과 몇 개의 식탁만을 차려 놓고 배달만을 전문으로 하는 중국음식점도 생겨나고 있다.

배달 짜장면 외에 가족단위 외식을 통해 짜장면을 먹으러 갈 경우 부담은 더 커진다. 도시 외곽에 주로 자리잡고 있는 고급 중국음식점의 경우 짜장면 한 그릇 값이 6000원을 훌쩍 넘고 있으며, 심할 경우 별미의 짜장면을 선보이면서 1만원씩 받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짜장면 마니아를 자처하는 A씨(48)는 "어릴 적 장날이나 졸업식 등 특별한 날에만 맛볼 수 있었던 짜장면이 서민음식으로 자리 잡았다가 이제 다시 소득 수준에 따라 선택의 차이를 만드는 음식이 돼버린 느낌"이라며 "앞으로 짜장면 한 그릇에도 양극화가 빚어지지 않을까 우려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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