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부 폭행 의혹 사건 뒷편엔…
임신부 폭행 의혹 사건 뒷편엔…
  • 이재경 기자
  • 승인 2012.02.26 21: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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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이재경 부국장(천안)

지방에선 다소 생소했던 한 음식 프렌차이즈 업체가 갑자기 '떴다'. 채선당-쓰기 싫지만 이미 널리 알려졌기 때문에 쓰기로 한다-이란 회사다.

충남 천안의 한 가맹점에서 여종업원과 손님이 싸운 게 발단이 됐다. 파장이 컸다. 임신부가 식당에서 종업원에게 맞았다고 17일 인터넷 카페에 글을 올렸는 데 이게 삽시간에 온 나라에 퍼졌다. 부하가 걸릴 정도로 압도적인 조회 수를 기록했다. 사실 여부를 떠나 종업원이 임신부의 배를 걷어찼다는 '엽기적인' 행각이 누리꾼들을 자극했다.

채선당은 사주까지 직접 나서서 대응했다. 서울 본사에서 사건 발생지인 천안에 득달같이 내려와 임신부에게 머리를 조아리고 홈페이지를 통해 대국민 사과까지 했다. 여기까진 임신부의 KO승. 그러나 경찰 수사가 진행되면서 상황이 변하기 시작했다. 일방적 가해자로 여겨졌던 여종업원이 경찰조사에서 자신도 피해자임을 주장하면서다. 대질심문까지 벌인 경찰이 거짓말 탐지기 조사까지 검토할 정도로 양측의 주장이 맞서 어떤 수사 결과가 나올지 궁금하다.

주목되는 건 채선당의 좌충우돌 행보다. 사건 초기 오너가 나서서 임신부에게 백배사죄하고 자사 홈페이지에 사과문까지 내걸었다. 그러다 갑자기 사실이 왜곡됐다며 22일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그 내용이 그때까지의 알려진 상황-임신부의 배를 여종업원이 발로 걷어찼다는 사실-에 대한 대반전이어서 충격파가 컸다. 채선당은 자료에서 '임신부인 손님의 배를 종업원이 발로 가격한 적이 없다', '손님이 종업원의 머리채를 먼저 잡고 발로 종업원의 배를 찼다','손님이 재수 없는 ×, 미친 × 등의 욕설을 (종업원에게)했다'고 밝혔다.

이를 언론이 보도하자 이전까지 일었던 임신부에 대한 동정 여론은 싸늘하게 식었다. 온라인 상에 임신부를 비난하는 과격한 글까지 올려졌음은 물론이다.

채선당은 이후 다시 자사 홈페이지에 '고객님들께 간곡히 올리는 글'이란 제하의 입장을 발표했다. 글은 "22일 채선당의 공식 입장 발표 이후 그 이전까지와는 반대로 임신부 손님에 대한 노골적인 비난이 고스란히 쏟아지고 있습니다. 이는 결코 저희가 바라는 상황이 아닙니다"로 시작된다. 그러면서 '입장 발표를 할 경우 임신부 손님에게 엄청난 사회적 비난이 쏠리게 될 것을 우려해 (발표를)망설였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발표한 이유는 '회사 이미지 손실과 가맹점 영업 차질 우려', '가맹점주와 종업원의 억울함을 알고도 나서지 않는다는 비난'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사과문과 보도자료, 고객에게 알리는 글 등 세 차례의 공식적 대응이었는 데 왠지 뒤끝이 마뜩찮다.

사건의 실체는 식당 종업원과 손님과의 다툼. 파장이 커진 것은 임신부가 피해자라는 가정이었기 때문인데, 이거 온 국민이 한 프렌차이즈 업체의 광고 홍보전에 말려든 느낌이다.

어느 언론사가 처음 C사 대신 '채선당'이라고 굵직한 제목을 달아 기사를 냈는지는 모르지만 모든 언론이 이후 채선당이라고 이름을 박아댔다. 경찰 발표에 앞서 회사 측의 보도자료를 그대로 인용한 언론들. 모두 정상적인 보도행태라 보긴 어렵다. 사건 초기에 자사의 이름을 그대로 언론사가 밝혔는데도 이미지 실추 우려에 대한 유감 표명은 없이 이를 되레 '즐겼던' 회사. 그냥 앉아서 수십억짜리 공짜광고 효과를 누린 한 회사 오너의 웃는 모습이 떠오른다면 너무 지나친 상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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