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져 가는 생활도구 <17>
잊혀져 가는 생활도구 <17>
  • 충청타임즈
  • 승인 2006.03.31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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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레질
마른논에 물대는 모습이 가슴한켠 아련히 물들어

50cm 높이의 낮은지역의 물을 퍼올리는 혼자두레는 뒤로 당겨 물을 담아 앞으로 밀어 물을 쏟는다. ⓒ김운기

지금은 과학의 발달로 각종 농기구들이 개발돼 과거 사람의 힘을 이용해 농사를 짓던 생활도구들이 많이 사라진지 오래라 농촌에 가도 찾아보기가 힘들다.

특히 농촌에서 농사를 지으려면 '물'이 가장 소중한 것인데 물이야 비가 오거나 저수지등을 통해 가두어야 이용이 가능하다.

따라서 가뭄이 들면 농촌은 작물을 심을수 없어 자칫 흉년에 대한 우려로 민심이 흉흉해 지기 일쑤다.

해마다 초여름이 다가오면 모심고 보리베고 농촌에서는 쉴틈 없이 바빠진다.초등학생 손까지 빌려야 하는 바쁜 농번기에 가뭄이라도 심하게 들면 마른논에 물대는 일이 얼마나 고달픈지 모른다.

내논 물대기 싸움에 멱살잡이가 벌어지고 심한 경우엔 살인까지 발생하는 가뭄의 물전쟁은 심각했다.

가뭄이 깊어지면 나라의 임금님까지 '기우제'를 올리고 돼지나 개를 잡아 하늘에 제를 올리는 농부들의 속도 바짝바짝 타들어 갔다.

가뭄을 극복하기 위해서 생겨난것이 '두레'인데 가뭄이 오래 지속될때 들판에 나가보면 논배미마다 물 퍼올리는 두레질 모습을 많이 볼수 있었다.

'두레'는 두가지로 구분된다.하나는 두손으로 잡을수 있도록 물통에 새끼줄을 매달아 두사람이 양쪽에서 아래쪽 물을 위쪽으로 퍼올리는 것이고, 또하나는 굵은 통나무를 삼각형으로 묶어 줄을 내린다음 길다란 통나무에 홈을 파서 만든 두레를 한사람이 앞뒤로 흔들며 물을 퍼올리는 것이다.

두사람이 하는 두레질은 깊은 웅덩이에 고인 물을 논위로 길어 올리는 것이고, 혼자하는 두레질은 30~40㎝정도의 높이에서만 물을 퍼올릴수 있었다.

두사람이 사용하는 두레는 옛날에 나무로 만들어 무겁고 힘이 더들었는데 양철통이 생기면서 무게가 줄었다.그러나 서로 보조를 맞추어 허리를 굽혀 물을 푸고 위쪽으로 잡아 당기는 물푸기는 힘센 청년들도 벅찬일이라 2~3일 물푸고 나면 몸살을 앓기 일쑤였다.

1인용 두레는 손잡이를 잡고 앞뒤로 흔들면서 물을 퍼올리는데 밑에 고인물이 많아야 능률이 높아진다.

힘들게 물을 퍼올리던 두레가 없어지기 시작한 것은 1960년대 중반으로 전기가 농촌까지 들어오고 정부가 강력한 식량생산 정책을 펴 그일환으로 논물가두기,관정파기,쇠파이프를 땅속에 깊이 박아 전기모터기를 이용해 물을 퍼올리면서 가뭄피해가 적어졌고 두레도 사라졌다.

영농의 발전은 물을 운반할수 있는 비닐파이프가 대량으로 생산되고 경운기에 탑재된 양수기가 높이 50m가 넘는 곳까지도 물을 퍼올리며 스프링쿨러등이 발달하면서 땀을 뻘뻘 흘리며 물을 퍼올리던 두레질은 역사의 이야기 속으로만 남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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