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치의 이분법, 절망정치와 희망정치
한국정치의 이분법, 절망정치와 희망정치
  • 정태일 충북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 승인 2011.11.22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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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지난 10월 26일 보궐선거 결과는 기성 정당에 대한 국민들의 지지가 없음을 확인시켜 주었고, 이로 인하여 한나라당과 민주당으로 대표되는 정당들은 패닉상태에 빠졌다. 지금 정치권과 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시선은 비판을 넘어 포기에 이르렀다. 그동안 국민들은 정치권과 정부에 대하여 수많은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이명박 정부 출범 초기부터 다양한 촛불집회가 있었고, 지방선거와 몇 번의 보궐선거에서도 정부와 여당을 질책하면서 야당에게 압승을 안겨 주었다.

그러나 국민들의 저항이 거듭될 때마다 정부와 여당을 비롯한 정치권은 앵무새처럼 국민이 주는 경고를 겸허히 수용하겠다고 재잘거리고, 국민은 실현 가능성이 없는 미사여구로만 일관하는 정치권에 대해 서서히 희망을 잃어버려 급기야 새로운 대안 세력 내지 인물이 출현해 주기를 학수고대했다.

우리의 정치권은 오늘도 없고, 내일도 없다고 좌절하는 국민에게는 더 이상 희망이 아니다. 이에 정치권은 말로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하겠다고 공언하는 동시에 자신을 위한 정치에 몰두하는 이중성을 가지고 국민들의 잃어버린 신뢰를 만회하기 위해 허허실실 개혁방안을 내놓고 있다.

그런데 국민은 정치권이 행하는 갑을논박의 다양한 정책 쇄신이나 정치지형의 개편 논의에 대하여 냉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왜, 국민은 정치권이 국민을 위한다고 내세우는 정책에 대하여 믿지 못할까?

그 이유는 간단하다. 국민은 정치권에서 내놓는 수많은 정책들을 그저 자신들의 불만에 임시 대응하는 꼼수로 여기기 때문이다.

국민이 정치권을 보는 시각은 끊임없이 국민을 기만하고, 그 기만을 정당화하기 위해 더 큰 기만을 자행한다는 것이다. 이는 정치권의 문하우젠 증후군(Munchausen’s syndrome)으로 볼 수 있다. 의학에서 문하우젠 증후군은 다른 사람들의 주의를 끌기 위해 자신이 돌보는 아이를 아프게 하거나 신체적 상태를 과장하는 등의 증세를 보이는 정신질환이다. 문하우젠 증후군의 증상은, 병적으로 거짓말을 하고, 그럴듯한 이야기를 지어내기도 하며, 스스로의 이야기에 도취되기도 한다.

지금 한국 정치의 현주소에 대한 국민의 인식이 문하우젠 증후군과 별반 다르지 않다. 국민이 잘못된 정치에 대해 비판의 칼날을 세우면 세울수록, 정치권은 국민의 비판을 수용하기보다는 자신들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국민에 대한 왜곡된 진실을 더욱 강화하는 형국이다. 마치 문하우젠 증후군 환자가 다른 사람의 주의를 끌기 위해 거짓과 과장을 일삼는 것처럼 우리 정치권도 국민들의 시선을 끌기 위해 수많은 왜곡을 자행한다.

다행스럽게도 국민은 절망의 정치에 대항하는 희망의 정치를 품고 있다. 국민은 낡은 정치인에 의한 정치가 아닌 비정치인에 의한 신선한 정치를 꿈꾸기 시작했다. 국민은 박원순 시장에게서 희망의 정치를 꿈꾸고 있는 것이다. 적어도 박원순 시장은 기성 정치인들과는 다른 행보를 보이면서 국민에게 다가서고 있다.

국민이 원하는 것은 하고, 국민이 원하지 않으면 하지 않겠다는 박원순 시장의 국민과의 소통 방식은 신선함을 넘어, 국민이 희망의 정치를 꿈꾸게 하고 있다. 우리는 박원순 시장이 추구하는 국민에게 감동을 주는 희망의 정치가 일시적인 쇼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한국 정치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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