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기마다 사랑·정 듬뿍"
"포기마다 사랑·정 듬뿍"
  • 연지민 기자
  • 승인 2011.11.20 21: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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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부 10년차 송지미씨
지난 주말, 송지미씨는 김장을 담그기 위해 친정을 찾았다.

송씨는 주부 경력 10년차이긴 하나 '김장'은 여전히 두렵고 겁나는 집안의 큰일이라 친정 식구들의 손을 빌리고 있다.

아파트 베란다에는 절인 배추와 무가 수북히 쌓여 있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배추를 씻고, 무 채를 썬다.

김치 맛을 잘내는 언니는 배추 소 만들기에 여념이 없다. 여럿이 하면 힘도 덜 든다지만 그래도 힘들긴 마찬가지다.

"김장할 때 배추절이는 게 가장 힘들어요. 하나하나 소금을 뿌리고, 뒤적여서 짜지 않게 해야 해요. 그런 다음에 씻고, 다듬고, 양념을 넣고 김장통에 담죠. 앉았다 일어서길 여러 번 해야 하고, 무거운 통을 들어 나르니 몸이 쑤시고 아픈 건 당연하죠."

"요즘 사 먹는 사람도 많은데"라고 운을 떼자, 솜씨 좋은 언니가 한마디 한다.

"공장에서 만든 김치는 당장 먹을 땐 좋지만 오래 두고 먹을 땐 맛없어요. 김치도 여러 가지잖아요. 이렇게 김장하는 날 백김치, 열무김치, 파김치 등을 골고루 담가 가족들이 나눠 먹으면 얼마나 좋아요. 김치냉장고가 있어도 그때그때 김치 담가 먹는 게 제일 맛있어요."

커다란 함지박에선 어느새 파와 마늘, 무, 왜갓(하루나), 배, 사과 등 갖가지 채소가 붉은 고춧가루에 버무려진다.

노란 배추잎 한 장을 떼어 양념을 넣고 돌돌 말아 서로 먹여 주는 가족들. 절인배추가 줄어들고 김치통 숫자가 늘어난다.

김치와 버무려진 소박한 풍경, 이것이야 말로 한국 김장문화의 참맛이 아닐까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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