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사로 가는 길…속세의 시름은 저만치
산사로 가는 길…속세의 시름은 저만치
  • 김금란 기자
  • 승인 2011.09.26 18: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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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을 가고 싶은 산사 숲길
"도는 사람을 멀리하지 않는데 사람이 도를 멀리하고 산은 속세를 떠나지 않는데 속세가 산을 떠난다."

신라 헌강왕 때 속리산 묘덕암을 찾은 고운 최치원 선생이 남긴 시다.

길이 있어 길을 걷지만 생각 없이 걷는 길은 없다.

내려놓고 싶은 삶의 짐들을 그 길에 잠시 머물게 하고 싶다면 산사 숲길을 찾을 일이다.

◆ 충북 보은 속리산 법주사 오리길='소백산 죽령 넘고 조령을 넘더니/기암괴석 심산유곡 속리산이 솟았구나/정이품의 연송보며 수림 사이 오리길에/법주사 팔상전 두루 살펴 본 뒤에/삼존좌불 법신불께 두 손 모아 합장하네'(속리산 법주사 중 1절)

법주사는 불법의 은혜가 큰 절이라고 여겨 고려 시조 왕건은 물론 고려의 공민왕, 조선의 세조 등 여러 임금이 찾았던 절이다.

절이 가장 번성했을 때는 절에 머무르는 스님만 3000명이 넘었다고 전해진다.

법주사를 가려면 반드시 지나야 하는 오리 숲길은, 그 모양이 오리를 닮아서가 아니라 속리산 입구에서 법주사 입구까지 그 길이가 5리에 이른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수령 백 년이 넘는 참나무와 소나무들이 숲을 만들어 길을 이룬 법주사 오리 숲길은 그야말로 청정도량 법주사로 가는 사색의 숲길이다.

사시사철 고단함에 지친 여행객의 발길을 잠시나마 느리게 그리고 천천히 붙잡는 곳이기도 하다.

◆ 경남 합천 해인사 소리길=통일신라 말 최치원 선생이 신선이 되었다고 전해지는 홍류동 계곡이 해인사 소리길로 일반인들에게도 개방됐다.

경남 합천군은 '2011 대장경 천 년 세계문화축전'을 앞두고 가야면 홍류동 계곡 6 구간에 40여억 원으로 '해인사 소리길'을 조성했다.

지난 8월 완공된 해인사 소리길은 대장경 축전 주 행사장에서 해인사 입구(영산요)까지 총연장 6km 구간으로 사장교, 현수교 등 7개의 다리와 500m에 이르는 목조데크, 오솔길 등으로 이어져 있다.

대장경축전 관람자는 해인사 소리길도 무료로 탐방할 수 있다.

해인사로 가는 길에서 만나는 홍류동(紅流洞) 계곡은 우리나라에서 손꼽히는 단풍관광 명소로 가야산 19경 중 16경이 계곡을 따라 이어져 있다.

이 가운데 '농산정(籠山亭)'은 통일신라말 최치원 선생이 풍광에 빠져 신선이 되었다고 전하는 곳이다.

해인사 '소리길'은, 계곡길을 걷다 보면 바람소리, 물소리, 새소리, 나무소리, 세월가는 소리 등 자연의 소리를 모두 들을 수 있어 붙여진 이름이다.

합천군 관계자는 "해인사 소리길은 합천 8경 중의 하나인 홍류동 계곡을 일반인들이 마음의 짐을 편안하게 내려놓을 수 있도록 사색할 수 있는 공간으로 조성한 친환경 테마로드"라며 "대장경 세계문화축전 개최와 더불어 가야산 권역에 있는 문화유적 등을 둘러볼 수 있는 곳이다"라고 말했다.

◆ 경북 영주 부석사 은행나무 숲길=부석사는 의상대사가 676년(신라 문무왕 16)에 왕명에 따라 창건한 우리나라 5대 명찰 중 하나인 1300년 고찰이다.

전설로는 당나라에서 유학 중인 의상을 흠모한 선묘(善妙)라는 여인이 용으로 변해 의상을 보호하며 이곳까지 날아와선 여기에 웅거하던 500명의 도적 무리를 바위로 날려 물리쳤다고 한다.

매년 가을이면 부석사는 황금빛 은행나무가 수놓은 500m 이어진 길을 만들어 영남 최고의 사색길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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