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욕심이 다는 아닌 세상
자식욕심이 다는 아닌 세상
  • 강희진 <수필가>
  • 승인 2011.07.05 1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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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의 한가운데
강희진 <수필가>

남편은 40대 후반의 나이에서는 보기 드문 무녀독남이다. 일곱 남매 중 막내인 나는 남편이 혼자 자랐다는 것에 관심이 갔다. 그런데 반대로 남편은 내가 여럿 속에서 북적대며 자란 것에 매력이 있었다고 하니 누구든 자신과 다른 환경의 사람에게 끌리는 것인 듯하다.

외아들로 자라서 그런지 남편은 아이를 많이 두고 싶어했다. 딸 둘을 낳고 더 이상 낳지 못하게 되자 늘 아쉬워했다. 가끔 차를 타고 가면서 딸이든 아들이든 저 뒷좌석을 꽉 채우고 싶었다며 서운해 한다. 결혼 초 어머니도 은근히 남편의 아이 욕심을 이야기하시고는 했다.

늘 혼자라서 외로워했는데 시어머니가 장에 가시며 "뭘 사다줄까?" 하면 한결같은 대답이 아이를 사오라 했단다. 동네에서 누구네 출산을 했다는 말도 남편 몰래 속삭여야 했고 그래서 동생을 보게 해 주고 싶었는데 인력으로는 되지 않더라며 말끝을 흐렸다.

그렇게 자라서 그런지 딸들 사랑이 유별나다. 결혼식장에 갔다 오면 딸들 시집보낼 생각에 벌써부터 눈물이 나온다며 글썽인다. 돈을 버는 유일한 목적이 나중에 딸들이랑 같이 살려고 한다는 것이다. 돈 많은 장인이 같이 살자고 하면 응하지 않겠느냐고 하는데 진담인 듯해서 안타까울 때가 많다.

남편 같은 사람이 있으면 우리나라 저출산 문제를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 본다. 요즘은 늦둥이를 낳는 사람들이 많아졌고 셋째, 넷째를 낳는 경우도 가끔 본다. 그럴 때마다 부러움보다는 걱정이 앞선다. 우리나라가 아이를 많이 낳아 기를 만한 여건은 아니라는 생각이기 때문이다. 직장여성의 육아문제, 대학생이 되기까지의 사교육비, 오르기만 하던 대학 등록금이 이제 일 년에 천 만 원 시대이고 일 년이면 등록금으로 고민하다 죽은 대학생 수가 300여명이나 된다고 한다.

요즈음 대학생들이 수업을 마다하고 '반값등록금'을 내걸고 거리로 나섰다. 만만치 않은 여파 때문인지 각 정당마다 최고의 이슈로 다루는 건 물론이고그에 대한 해결책으로 고심 중이다. 타깃이 된 대학에서도 가만히 있을 수가 없는지 자체적으로 여러 가지 해결책을 내놓고 있다.

반값까지는 아니더라도 인하되었으면 하는 건 모두의 바람일 것이다. 대학생들이 등록금을 벌자고 아르바이트에 매달리기보다는 자유롭게 학문을 연구하며 지낼 수 있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앞서 말한 정당이나 대학의 해결 방안도 형식에 그치는 게 아닌 실현성 있는 쪽으로 검토되었으면 좋겠다.

대학생들의 고민은 등록금뿐만이 아닌 듯하다. 젊은 층의 실업자가 이미 100만 명을 넘어섰고 대졸이상 실업자도 35만 명을 넘었다. 갈수록 좁아지는 취업난 때문에 공무원시험 준비로 몇 년씩을 허비하다 보니 그것이 직업같이 되어 버린 사람도 많다고 한다. 이처럼 안타까운 사회적 현실에 이중삼중으로 등록금 고민까지 겹쳤으니 그들의 고통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딸들이 머리띠를 두르고 거리로 나서는 것을 지켜봐야 하는 우리나라 아빠들의 가슴은 숯덩이처럼 타들어만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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