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명의 새싹들 큰 사랑 품고 무럭무럭
11명의 새싹들 큰 사랑 품고 무럭무럭
  • 정규호 기자
  • 승인 2011.06.30 19: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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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의 초미니 학교를 가다
<보은 수정초등학교 삼가분교>

교직원·동문·학부모 열정 명품학교 조성 이바지… 농촌인구 유입 효과적 대안 제시

"도시의 육교가 왜 필요한지, 지하도가 어떻게 생겼는지 모르는 아이들이 더 많습니다. 기차는 한두 번 타 보았지만 땅 밑으로 기차가 다닌다는 말에 신기해하는 아이들이 많은 학교입니다."

보은의 산골 작디작은 분교에 근무하는 박동용 교사(38)는 지난 3월 한화그룹 사회봉사단에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편지를 보냈다.

보은군 장안면 삼가리 수정초등학교 삼가분교.

속리산 높은 봉우리를 구불구불 한참 돌아 구병산 깊은 산골에 이르러야 겨우 찾아갈 수 있는 삼가분교는 전체 학생이 11명에 불과한 초미니 학교다.

선생님 역시 최정희 분교장을 비롯해 단 3명만이 근무하고 있다.

그러나 삼가분교는 항상 꿈이 영글어 가고 있어 여느 도시학교가 부럽지 않다.

박동용 교사가 한화그룹 사회봉사단에 편지를 쓴 것도 바로 이런 꿈을 이 초라한 학교에 다니는 어린이들에 실현시켜주기 위한 간절함이었다.

이 편지 덕분에 수정초등학교 삼가분교 어린이들은 지난 4월 6일과 7일 이틀 동안 꿈결 같은 클래식 수학여행을 다녀왔다.

2011 대한민국 교향악 축제에 초청받은 어린이들은 난생 처음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웅장한 오케스트라의 선율을 감상했으며, 숙식도 한화 호텔&리조트에서 제공받는 호사를 누렸다.

꿈결같은 보은 수정초등학교 삼가분교 어린이들의 희망은 곧 다가올 여름방학이면 더욱 풍성해진다.

다문화 가정 어린이 3명이 포함돼 있는 11명의 삼가분교 어린이들은 벌써부터 올 여름방학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다음 달 24일부터 26일까지 열리는 여름방학 캠프가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지붕없는 역사 박물관 강화도 역사캠프'로 이름 지어진 수정초 삼가분교의 올 여름방학 캠프는 이곳 저곳 학원 다니는 일에 시달리고 있는 도시 어린이들에게는 그 자체가 부러움이다.

첩첩산중 산골에서만 살아왔던 어린이들이 탁트인 바다가 있는 섬에서 초지진과 덕진진 등 역사의 현장을 직접 보고, 리아스식 해안의 생태와 갯벌 체험을 하면서, 그 갯벌에서 미니올림픽까지 하게 되는 프로그램은 그 자체만으로도 어린이들을 설레게 한다.

삼가분교 어린이들이 유난히 올 여름방학을 기다리는 것은 여름캠프 때문만은 아니다.

이 학교 어린이들은 오는 8월1일부터는 3주 동안 학교에서 열리는 '미니학교 가꾸기'에 참여해 방학중에도 학교에서 친구들과 함께 어울리며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삼가분교의 여름방학은 독서교실을 비롯해 사이버 가정학습, 아나운서 스피치 훈련, 합기도, 사물놀이, 집중 영어캠프, POP 예쁜 손글씨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채워진다.

놀라운 것은 이들 삼가분교 11명의 어린이들에겐 여름방학이 없다는 것이다.

강화도로 역사캠프를 다녀오고 미니학교 가꾸기로 알차고 즐거운 방학을 시작한 어린이들은 여름방학 내내 학교에서 열리는 보육교실 탓에 마치 학교를 놀이터처럼 여기며 생활하게 된다.

더군다나 그 기간에 대학생 형들이 학교를 찾아와 함께 생활하며 멘토 역할까지 해 줄 계획이어서 이래저래 즐거울 수밖에 없다.

삼가분교는 본교인 수정초등학교와 함께 전국에서 가장 먼저 '밤에도 열린 학교'를 시작했다.

농산촌지역의 특성상 학교가 끝난 후 집에 돌아가도 돌봐 줄 부모의 손길이 미치지 못할 뿐만 아니라 도시에서는 흔한 학원조차 없다.

 마땅히 놀거리도 없는 어린이들을 밤늦게까지 학교에서 보살피며 영어와 클래식 기타교실, 오카리나, 피아노는 물론 심지어 골프까지 가르치는 학교는 차라리 환상적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다.

최정희 분교장을 비롯해 배상호·박동용 교사 등 삼가분교 교사 3명은 모두 충북도교육청으로부터 스타교사로 선정될 만큼 남다른 학습지도와 열정을 가진 베테랑 선생님들이다.

삼가분교에는 이들 3명의 교사 외에 행정실장을 비롯해 주간돌봄교사, 조리실무원 교직원 3명 등 6명의 교직원이 근무하고 있다.삼가분교가 이처럼 농산촌형 모델학교로 자리잡을 수 있게 된 것은 이들 교직원이 거의 자원봉사에 가까운 교육지원을 하고 있음은 물론 이들이 모두 학부모라는 점이다.

심지어 새벽부터 들일을 나가야 하는 부모들의 처지로 인해 오전 6시 30분이면 학교에 나와야 하는 어린이를 돌보기 위해 아침 돌보미 교사를 자처한 박춘화씨(보은군 장안면 구병리)의 경우 청주에서 살다가 시부모 봉양을 위해 귀농하면서 지난해 보은군이 주는 효부상을 수상하면서 어린이들을 열성적으로 보살피고 있다.

최정희 분교장은 "학생 수가 줄어들면서 폐교의 위기까지 몰렸던 삼가분교가 보은에서 유일한 분교로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학부모와 동문들의 무한한 학교 사랑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지금도 어린이와 교사, 학부모, 동문들이 힘을 합쳐 산골의 초미니학교를 명품 학교로 만들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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