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적 없는 외딴 곳에서… 우리는 또 한번 웁니다
인적 없는 외딴 곳에서… 우리는 또 한번 웁니다
  • 연지민 기자
  • 승인 2011.06.23 18: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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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은 6·25전쟁 61주년
2000년대 들어 건립 190% 급증… 지역별 편차 심각

대부분 비·탑 형태… 공원 외딴 곳 조성 시민발길 '뚝'

지역 고유가치 발굴·차별화 필요… 지역민과 소통해야

광복 이후 전국에는 6·25전쟁 및 현충 기념시설이 급증한다. 하지만 획일적인 형태와 권위적인 수직 첨탑형은 기념비의 의미를 살리지 못한 채 도심의 골칫덩이로 전락하고 있다.

이에 지역사의 가치를 살리면서 호국의 의미와 기념적 상징을 보여주는 기념시설 조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최근 영동 노근리 평화공원을 앞두고 기념시설에 대한 조형성과 독창성이 부각되고 있는 가운데 6·25전쟁 및 현충기념시설의 현황과 개선점을 살펴보았다.

◇ 충북의 6·25전쟁 및 현충 기념시설 현황

광복 이후 국가를 지키기 위해 많은 인명 피해가 뒤따르면서 전국에는 그에 대한 기억으로 기념시설이 급증한다.

이런 추세는 충북도 예외가 아니다. 6·25전쟁 이후 청주 충혼탑과 충주의 충혼탑을 필두로 1950년대 4개, 1960년대 4개, 1970년대 5개, 1980년대 10개, 1990년대 20개를 보이던 것이 2000년에 들어와선 58개로 급속히 증가한다.

1990년대부터 증가하던 기념시설은 2000년대에 들어와 1990년대보다 190%나 많은 58개가 건립된다. 이같이 기념 시설의 폭증은 각 시·군이 경쟁적으로 기념비 건립과 월남참전기념비와 무공수훈자공적비를 세우면서 충북도내 12개 시군에는 총 101개의 6·25전쟁 및 현충 기념시설이 만들어졌다.

도내 기념시설에서 특이한 점은 지역별 편차가 심하다는 점이다. 그중 청원은 18개, 영동은 17개가 건립돼 있어 당시 전쟁에 동원된 희생자들이 많았음을 직간접적으로 보여준다. 이는 지역별 역사의 기억과 기념주체로 인한 기념시설이 증가했음도 엿볼 수 있다.

◇ 충북의 6·25전쟁 및 현충 기념형태의 분포

기념물의 형태를 보면 기념비와 기념탑 건립 추세가 일반적이다.

도내 기념시설 중 90%이상을 차지하는 비와 탑 형태는 그러나 획일적이란 비난을 면치 못하고 있다.

대부분의 기념비나 기념탑은 좌우대칭의 수직형 형태로 만들어져 근엄하고 권위적인 이미지를 주고 있다. 또 직선의 첨탑 형태를 띠고 있어 시민들이 올려다 봐야 하는 면에서 친근감을 느끼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그나마 제천에 세워진 6·25참전유공기념 조형물 '충혼의빛'은 미적인 감각과 부드러움을 내세워 디자인함으로써 차별화된 기념시설로 눈길을 끈다.

비와 탑의 기념형태를 제외하면 기념공원 3곳, 기념관 2곳이 뒤를 잇는다. 기념공원의 경우 옥천의 충원공원, 진천의 도당공원, 청주의 삼일공원으로 주민들이 생활하는 곳과는 멀리 떨어져 있어 기념의 의미를 살리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청주의 삼일공원은 우암산 순환도로 경사면에 위치해 있어 시민들의 발길이 뜸하고, 옥천과 진천의 기념 공원역시 높은 지대에 위치해 있어 사람의 접근을 막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러한 획일적이고 권위적인 기념시설은 지역별 역사의 기억을 기록하기보다 시민들의 외면을 자초하고 있는 꼴이다.

◇ 기념시설의 문제점과 개선방향

기념 시설은 그 지역의 정체성을 찾아내고 강화하기 위한 문화적 수단이다. 지역사에서 무엇을 기억하고 기념할 것인가는 지역의 정체성과 직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기념물은 지역 고유의 기념대상과 그것이 내포하고 있는 지역의 가치를 담아내고 이를 상징적으로 표현하는 기념물 설치 작업이 필요하다.

한번 세워지면 옮기는 것이 쉽지 않은 이상, 기념물건립 초기부터 그에 대한 역사성과 조형성 등을 고려하는 사전 연구검토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김양식 충북학연구소장은 "지역정체성에 기반을 둔 기억과 기념물이 되기 위해선 지역사 연구와 기념대상의 발굴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말하고 "고답적인 기념시설을 지양하고 보다 창의적이고 독창적인 기념시설을 디자인해 다양화를 추구해 기념철학과 조형미, 경관을 고려한 형태로 제작돼야 한다"고 기념시설에 대한 개선 방향을 들려줬다.

김 소장은 기념 공원에 대해 "기념물이 외면 당하는 일도 없고 기념물의 목적인 사회적 기억을 대중화시킬 수 있는 복합적인 생활공원으로 조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근린공원과 체육공원 등 다각도로 활용된다면 예산의 효율성과 가치를 증폭시킬 수 있다"고 제언했다.

또 "사업주체와의 긴밀한 협의와 대중들의 시선이 집중되는 공공장소에 기념시설 건립 위치는 선정해야 한다"면서 "기념시설물을 체계적으로 건립 보존하기 위해서 충북역사기념시설조례를 제정해 도 차원에서의 일정한 방향과 원칙을 정해 무분별한 난립을 방지하는 운용방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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