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 바랜 성년의 날
빛 바랜 성년의 날
  • 김금란 기자
  • 승인 2011.05.15 21:4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자부심 일깨워주는 전통적 의미 퇴색
음주·이성친구에 선물주는날 등 전락

"성년의 날, 여자친구에게 꽃다발을 줘야 하나, 향수를 선물해야 하나 고민이에요."

젊은이들에게 책임과 의무감을 갖고 삶을 살아가야 한다는 의미를 심어주기 위해 제정된 성년의 날이 이성친구에게 선물을 주거나 술을 실컷 마셔도 된다는 식으로 변질되고 있다.

성년의 날은 만 20세가 된 젊은이들에게 국가와 민족의 장래를 짊어질 성인으로서 자부심과 책임을 일깨워주고 성년이 되었음을 축하·격려하는 날로 매년 5월 셋째 월요일로 지정돼 있다.

성년의 날 유래는 삼한시대 마한에서 소년들의 등에다 상처를 내어 줄을 꿰고 통나무를 끌면서 그들이 훈련받을 집을 지었다는 기록과, 신라시대 중국의 제도를 본받아 관복을 입혔다는 기록이 있다. 그러나 문헌상 확실한 것은 고려 광종 16년에 세자 유에게 원복(元服)을 입혔다는 데서 비롯됐고, 조선시대에 이르러서는 중류층 이상의 가정에서는 보편화되었다. 성년례는 4대 관혼상제(冠婚喪祭)의 첫 번째 관문으로서 남자는 관례(冠禮)라 하여 상투를 틀어 갓을 씌우고 여자에게는 계례라 하여 쪽을 찌고 비녀를 꽂아주었다. 남자는 관례의 절차를 마치면 아명(兒名)을 버리고 평생 쓸 이름과 자(字)와 호(號)를 가졌으며 결혼할 자격과 벼슬길에 오를 권리도 갖게 되었다.

20세기 중반까지만 해도 만 20세가 되면, 지역이나 마을 단위로 어른들을 모셔 놓고 성년이 되었음을 축하하는 전통 의례를 치르는 곳이 많았지만 서양식 성년식에 밀려 전통 성년례의 모습은 거의 찾아보기 어렵게 되자 1999년부터 정부 주도로 표준 성년식 모델을 개발, 전통 관례복장을 갖추고 의식을 주관하는 어른인 '큰손님'을 모셔놓고 상견례, 삼가례, 초례 등의 전통 성인식을 실시하게 됐다.

하지만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정부가 추진하는 성년식 의미와 달리 이성친구에게 선물을 전달하고, 또래 친구들과 밤새 술을 마시는 '폭주'의 날로 보내는 것을 성년식으로 착각하는 경우도 많다. 일부 학생들은 성년의 날 건넬 선물을 마련하기 위해 아르바이트까지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성년의 날 건네는 선물도 몇년 전만 해도 장미꽃, 향수, 키스 등을 꼽았지만 요즘은 시대를 반영하듯 고가의 노트북, 스마트 폰, 태블릿 PC 등 IT제품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르바이트 전문포털 알바천국이 전국 대학생 133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성년의 날 최고의 선물로는 응답자의 24%가 '이성친구'를 꼽았다. 이어 2위 노트북(15%), 3위 스마트폰(13.2%), 태블릿 PC(13%) 등으로 나타났다. 가장 받기 싫은 선물로는 남학생의 45.7%, 여학생의 32.1%가 꽃다발을 받기 싫은 것으로 조사됐다.

한 대학 교수는 "성년으로서 독립적인 권리 행사나 인격자로서의 대우를 받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신의 행동과 인생에 대한 책임감이 생긴다는 뜻임을 인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