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람 가도… 그 사랑 남아
그 사람 가도… 그 사랑 남아
  • 김금란 기자
  • 승인 2011.01.03 21:5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말·시 엮은 '김수환 추기경의 고해' 출간
우리 안의 벽
우리 밖의 벽
그 벽을 그토록
허물고 싶어했던 당신

다시 태어난다면
추기경이 아닌
평신도가 되고 싶다던 당신

당신이 그토록 사랑했던
이 땅엔 아직도
싸움과 폭력,
미움이 가득 차 있건만

봄이 오는 이 대지에
속삭이는 당신의 귓속말

살아 있는 것은
다 행복하라
사랑하고, 또 사랑하라
그리고 용서하라.

(김수환 추기경을 보내며/ 법정)

대한민국의 정신적 지도자인 김수환 추기경의 내밀한 독백을 담은 도서 '김수환 추기경의 고해'(김수환 지음· 김영애 옮김·다할미디어·215쪽·1만5000원)가 출간됐다.

평생토록 나눔, 사랑, 청빈의 삶을 살았던 김 추기경의 주옥같은 말씀과 시를 하나로 엮어낸 이 책은, 세상 낮은 곳을 살피면서 끊이지 않는 사랑을 베풀었던 추기경의 일대기를 한눈에 들여다 볼 수 있다.

자신보다 타인을 먼저 생각하고 이해하며 사랑하는 모습을 몸으로 실천했던 김 추기경은 군사정권 시절, 민주화운동 등 한국 현대 역사의 중요한 갈림길마다 종교인의 양심으로 안위를 도모하지 않고, 그 중심에서 불의를 질타한 인물이기도 하다.

이 책은 가난하고 소외 받는 이들의 이웃으로서 언제나 힘없는 민중의 대변인이 되어 주었던 김 추기경의 삶을 엿보고, 사랑을 실천하고 나누는 삶에 대한 가르침을 전달한다.

이번 도서는 김 추기경에 관한 각종 역사적 자료 및 사건·기록을 바탕으로 하고 있으며, 우리 시대에 추기경이 어떤 의미로 자리 잡고 있는지 탐색할 시간을 갖게 한다. 더불어 김 추기경이 가지고 있었던 생각과 고민, 문학적 감수성, 개인사까지 엿볼 수 있다.

김 추기경은 '너희와 모든 이를 위하여'라는 자신의 사목 표어처럼 '세상 속의 교회'를 지향하면서 현대사의 중요한 고비마다 종교인의 양심으로 바른 길을 제시해 왔다. 추기경으로서의 삶은 그에게 영광인 동시에 '행복한 고난'이었다. 하지만 그는 평소 세상에 태어나 가장 잘한 일로 '신부가 된 것'을 꼽았고, "나는 행운아였다"라고 고백할 만큼 이 시대의 가장 사랑받은 목자였다.

이번 도서엔 법정 스님, 김지하 시인, 신달자 시인, 박노해 시인, 한승원 소설가가 김수환 추기경에게 보내는 시와 서신이 담겨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