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 저편으로 9개 시간의 문을 열다
기억 저편으로 9개 시간의 문을 열다
  • 연지민 기자
  • 승인 2010.06.16 22: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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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20일까지 진익송 화가 개인전
청주 스페이스몸미술관 2전시장서

"이 문들을 사용했던 분들은 지금쯤 어떤 문을 열고 닫고 있을까"

한 시대를 살다간 사람들의 집에서 만난 '문'을 통해 삶을 통찰하고 있는 진익송 화가(사진)의 시선은 특별하다.

'문'이라는 형태에서 누군지 모를 사람의 발자취를 훑어보고, 그 문을 통해 현대인의 인식을 건드려준다.

'9개의 門 - 서氏(Q)과제 遂行記'란 주제처럼 진 화가는 9개의 문의 기억에서 출발해 단절과 소통을 작품으로 드러내고 있다.

낡은 문에서 시간의 깊이와 흐름이 느껴지는 '문'은 형태 속에 감춰진 유전인자를 끄집어 내듯 기억으로 전환돼 말을 건네온다.

화가는 작업노트에서 "고택의 문은 아니지만 우리나라 근대기의 흔적을 간직한 9개의 문은 수수께끼처럼 풀어내야만 하는 과제를 안고 작업을 시작했다"며 "문들은 어떤 댁의 사연을 지녀왔었겠지만, 어느 순간 분리되었던 바, 이제는 작품으로 변신시켜 영원성을 부여해야 한다는 과제였던 셈"이라며 작업 과정을 이야기했다.

어느 집에서 벽처럼 사용되어 왔던 기존의 '9개의 문'은 화가의 인식이 더해지면서 서로 다른 두 세계를 이어주는 고리가 된다.

신발과 옷이 문에 걸려지고, 이를 연결하듯 단추가 달려 있다. 미닫이로 사용됐는 유리문 안에는 아이의 옷과 양말 등이 밝은 이미지로 연출돼 기억조차 환하게 만든다.

"전시 키워드는 사랑과 배려의 문이다"는 화가의 말처럼 오랜 시간의 기억은 문의 프레임 속에서 다양하게 표출되고 있다.

스페이스 몸은 "작품의 화면구성에서는 자연의 속성인 우연적 구성보다는 치밀한 감각에 의한 형태를 중요시해 왔다"며 "이번 전시 작품은 용도를 잃은 문과 함께 눈에 띄는 오브제는 중고 시장에서 구입한 옷을 사용해 관람객들로 하여금 각자의 기억에 의한 이야기를 꺼내고자 하는 충동을 일으킨다"고 평했다.

이어 "유아의 레이스 의상이나 어린이 점퍼, 또는 어른의 원피스처럼 인간의 생(生)을 상징하는 각자의 옷들이 박제된 시간이 되어 들여다보는 이 자신의 추억과 비교하게 되는 과거로만 가는 타임머신이 된다"면서 "작품을 통해서 '흔적'을 발견하게 하는 동시에 '체온'을 감지하게 하는 이번 전시는 과거로 넘나들며 생(生)의 여정을 반추하게 하는 시간이 될 것"이라고 소개했다.

진익송 화가는 현재 충북대학교 미술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이번 작품은 청주 스페이스몸 미술관 제2전시장에서 오는 20일까지 전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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