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떤 아버지로 기억되고 싶은가
나는 어떤 아버지로 기억되고 싶은가
  • 충청타임즈
  • 승인 2010.04.13 2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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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광장
김낙영 <청주 용성중학교 아버지회장>

사람은 누구나 가슴에 그리는 향수 하나쯤은 가지고 있다. 그중에서도 자신의 생에 있어서 가장 밀접한 관계를 맺는 부모와 자식 간의 향수는 그 누구보다도 진하다.

지난해 청주교육청 청사 이전 기념으로 청주학교 아버지연합회에서 주관한 명사초청 강연회가 큰 반향을 일으켰다. 교육청 큰 강당의 자리가 모자랄 만큼 성황을 이뤘다. 이날 강사는 개그맨으로 큰 인기를 누렸던 조선대학교 김병조 교수가 초청되었다.

남을 웃기는 재능만 있는 줄 알았던 개그맨 김병조씨가 대학교수가 되어 명심보감을 가르치고 있다는 자체만으로도 놀라움을 금치 못했고, 내 마음속에 경종을 울렸는데 강의 내내 쏟아낸 그의 진솔한 이야기와 아버지로서의 철학은 눈물과 함께 뭉클한 감동을 선사해 주었다.

이날 김병조 교수는 "가장 훌륭한 사람은 돈과 명예와 권력을 가진 사람이 아니라 자녀에게 존경 받는 사람"이라고 했다. 또 "황금을 가지려 하지 말고 먼저 아이들을 가르치라"는 말을 남기며 이것은 아버지의 유언이라고도 했다.

가장 가까이에 있는 사람에게 존경을 받는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모처럼 한 번 보는 사람에게도 좋은 인상을 남기기 어려운데 자신과 일상을 함께 하는 아내나 자식으로부터 존경받는 사람이라면 세상 어떤 이도 그를 우러러 볼 것이다.

자녀가 공부를 썩 잘하고 있다면 이야기가 다르겠지만 어중간히 공부를 하는 자녀에게는 공부를 열심히 가르쳐야 하는지, 아니면 가르칠 돈을 모아 이 다음에 조그만 구멍가게라도 하나 차려줘야 하는지 부모라면 자기의 현실 앞에서 한두 번쯤은 고민도 했을 법하다.

참 쉽지 않은 선택이다. 부모가 자식의 인생을 쉽게 결정하고 포기할 수도 없는 입장이고, 그렇다고 공부와는 담을 쌓은 것 같은 아이에게 날마다 공부하라고 공부타령만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김병조 교수의 명심보감 강의를 듣기 위해 청주에서 세 차례나 차를 타고 다니는 할머니가 있다고 한다.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강의를 듣는 이유가 명심보감을 손주에게 가르치고 싶어서란다.

그러고 보니 앞서 말한 것이 부모의 이기심이 아니었나 생각된다. 그저 물질적인 뒷받침만으로 내 아이들한테 모든 것을 다해주었다고 스스로 면죄부를 주고 있는지도 모르는 일이다.

요즘은 의사 집안에서 의사가 나오고 교수 집안에서 교수가 나온다고 한다. 이 말은 부모가 재력이 있어야 한다는 말로 들릴 수도 있지만 필자는 부모의 노력으로 이해하고 싶다.

사회지도층으로 평가 받는 사람들은 자기의 꿈을 실현시키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을까. 남보다 덜 자고 더 땀 흘려 노력한 대가로 인해 얻어낸 값진 결과가 아닌가!

이런 부모들은 항상 책을 가까이하고, 또 부모의 그러한 모습을 곁에서 보고 자란 자녀들도 부모의 습관을 답습해 책 읽는 좋은 습관을 가지게 된다.

공부 잘하라고 자녀에게 하는 백 마디 말보다 자녀 앞에서 한 번 보여주는 부모의 책 읽는 모습은 자녀에게 더 없이 귀한 가르침과 동기부여가 될 수도 있다. 맹모삼천지교(孟母三遷之敎)도 아마 이런 것을 두고 한 말일 게다.

김병조 교수는 단 한 번도 외박을 해보지 않았다고 한다. 초청을 받아 강의를 할 때에도 항상 아내와 함께 다닌다고 한다.

많은 부모들이 "엄한 아버지와 엄한 어머니의 말을 오해하는데 이는 자식에게 엄하라는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엄하라는 것"이라며 "자식을 꾸중하는 시간에 엄마 스스로 되돌아보라"고 말하는 그는 "밤 9시에 귀가하는 아버지라야 밤 12시에 들어오는 딸을 혼낼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자녀에게 존경받는 부모가 되기 위해서는 자신에게 얼마나 엄해야 하는지를 새삼 되돌아보게 된다. 오늘은 사랑스러운 자녀들을 품에 한번 안아보자. 아버지의 마음이 가슴 진하게 전해 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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