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화합과 나눔의 상징이 되길 기원하며
물. 화합과 나눔의 상징이 되길 기원하며
  • 충청타임즈
  • 승인 2010.03.24 2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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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광장
이완호 <K-water 충주권관리단 단장>
우리가 앞으로 누릴 수 있는 수자원은 풍족한가. 3월22일 세계 물의 날을 맞아 한 번쯤 생각해 봐야할 문제이다. '물 쓰듯이 쓴다'라는 말은 이미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지 오래다.

과거 미국의 케네디 대통령이 "물 부족을 해결하는 사람은 노벨과학상과 평화상을 동시에 받을 것이다."라고 말했을 정도로 이것은 50여년 전에도 큰 문제로 인식됐다.

실제로 지구상에 존재하는 물의 총량 중 이용할 수 있는 민물은 0.26%이고 증가하는 세계인구와 환경오염으로 인해 가용할 물은 담수화 기술발전을 고려한다 하더라도 부족한 실정이다.

2025년에는 세계인구가 83억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고 현재 80여국에서 세계인구의 40%가량이 만성적인 물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이다.

물부족 현상은 주로 수자원의 지역적 격차(Divides for Water)에 기인하며 국제적·지역적 갈등의 씨앗이 되고 있다.

그 예로 질좋은 수자원을 확보하려는 다국적 기업들의 경쟁, 오대호를 둘러싼 미국·캐나다 간의 분쟁 및 갠지스강을 두고 발생한 인도와 방글라데시 분쟁.

특히 수자원이 희박한 중동 지역의 경우 그 심각성이 더해지고 있어 수자원 자체가 국제사회에서 권력투쟁의 장이 되고 있다.

이러한 분쟁들이 비단 국제적으로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제천시와 영월군 사이의 장곡취수장을 둘러싼 갈등, 최근에 발생한 국토해양부와 경상남도 간 남강댐 분쟁 등 1999년부터 2008년까지 전국의 물분쟁 사례는 52건으로 집계되고 있다.

이러한 행태들은 국제적으로 물의 전략적 무기화로 인한 긴장조성의 시발점이 되고 있고 기관·지역 간 갈등을 촉발시켜 사회적 통합을 저해하는 동시에 인간의 기본적 생존권까지 위협하고 있다.

이는 결코 전 인류적으로 간과할 수 없는 문제이며 이것을 어떻게 완화·해결해야 할 것인지는 다각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우선 전 지구적으로 처한 현재의 상황을 기술적으로 개선시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댐 건설을 통해 홍수 조절 및 안정적 용수공급을 달성하고 하천 및 저수지 등의 정비사업을 통해 비효율적인 수자원 낭비를 막는 것이 그 방법이 될 수 있다.

또 광역상수도 건설로 수자원의 지역적 격차를 극복하고 체계적인 수질관리를 통해 안전한 수자원을 확보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사회적 인프라 투자와 정책적 관리로는 현재 직면하고 있는 물 관련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방안이 될 수 없다.

전술한 전통적인 기술적 접근에 더해 필요한 것은 국가-자본-시민사회의 실질적인 협력이 가미된 거버넌스를 구축하는 일이다.

문제의 복잡성과 시공간의 초월성을 고려해 볼 때 현대 사회에서 국내외 문제를 막론하고 한 주체가 그것을 해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각종 인프라 건설을 통해 수자원의 총량은 늘릴 수 있겠지만 각 구성원들의 공존의지가 배제된다면 정치적·경제적 이익을 추구해 형평성 있는 수자원 배분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좁게는 지역이기주의를, 넓게는 신자유주의적 독점적사고를 버리고 인류상생의 자세를 가지는 것이 필요하고 수자원을 이익추구의 도구로 볼 것이 아니라 사회주체 간의 협력의 매개체로 대하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

이러한 측면이 선행돼야만 물부족과 물분쟁의 근본적인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결국 생명의 근원인 물이 칼 폴라니가 말하는 악마의 맷돌(Satanic Mills)이 될지 화합의 '블루골드(Blue Gold)'가 될지는 우리의 선택에 달려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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