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안 기름유출 사고와 냄비근성
태안 기름유출 사고와 냄비근성
  • 이수홍 기자
  • 승인 2010.03.23 22: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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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이수홍 부국장 <태안>
최근 김길태 사건은 전 국민을 충격의 도가니에 빠지게 했다.

그러나 이도 잠깐, 벌써 김길태 사건은 코앞으로 다가온 6.2지방선거속으로 사라져 가고 있다.

영원할 것만 같은 관심은 하룻밤 새 시들고…. 두고두고 기억할 것만 같은 의지는 어느새 우리사회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이를 두고 냄비근성이라고 말하던가.

세심한 배려나 깊은 뜻 없이 흥분을 잘하고 또 금세 뒤돌아 서기도 잘하는 대한민국의 국민적 근성을 빗댄 표현이기에 우리가 버려야할 부끄러운 자화상 중 하나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냄비정신을 무턱대고 나쁜 것으로 치부하고 지양할 것만은 아니다. 분명 냄비정신 속에는 우리가 받아들이면 피가되고 살이 되는 양질의 자양분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냄비정신의 거울을 통해 우리사회가 보완하고 지켜야할 덕목의 가치는 어디에 있을까. 그중 하나는 지속적인 관심, 변함이 없는 꾸준함에 있다.

벌써 태안 기름유출 사고가 발생한 지 28개월을 경과하고 있다.

2007년 12월 7일 태안군 만리포 앞바다는 온통 원유가 뒤덮어 전라도 서해안까지 초토화 되는 피해를 당했다.

당시 기름유출 사고의 정도는 우리가 표현할 수 있는 '전세계적, 사상초유의'등등 온갖 수식어가 다 동원될 만큼 그 피해가 컸다.

이 때문에 태안지역 주민들은 피눈물보다 더한 검은 눈물을 쏟아내야 했다.

국가가 나서 재난지역으로 선포할 만큼의 큰 피해였던 태안 기름유출 사고.

방제작업에 나선 120만 명의 자원봉사 물결은 인간띠를 만들고, 사고발생 100일쯤 지날 때 영원히 불가능해 보일 것만 같았던 태안지역 해안가를 원래의 모습으로 되찾아 놓는 기적을 일궈냈다.

당시 전 세계 사람들은 이를 가리켜 기적이라며 대한민국 사람들만이 연출해 낼 수 있는 한 편의 인간 승리인 휴먼 드라마로 기억되고 있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사고의 후유증이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큰 후유증은 아직까지도 피해보상이 이루어지지 않는 데 따른 생계곤란이다. 지금까지 주민 4명이 막막한 생계를 걱정하다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인명피해 도미노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그런데도 사고 주체들은 묵묵부답이다.

대대손손 바다를 터전으로 굴을 캐거나 바지락을 잡고 김 양식을 하며 생계를 꾸려 왔던 주민들은 지금 대문밖 바다에는 얼씬도 못하고 있다.

굴과 바지락, 김 등 주민들의 생계를 책임졌던 양식장은 철거돼 없어졌기 때문이다.

당장 양식장을 하기 위한 돈도 없다.

많게는 수억 원까지 그 흔한 대출도 이들에게는 산 넘어 산이다.

한 가지 사례는 숨이 멎을 것 같다.

태안 소원면 의항리 200여 가구 주민들은 굴 양식을 하면서 풍족하지는 못해도 자식들과 오순도순 행복하게 살았다.

그러던 주민들은 지금 날일을 찾아 나서는가 하면 어떤이는 가스배달을 하다 허리를 다쳐 병상을 지키며 또다시 검은 눈물을 쏟아내고 있다.

최근 주민들은 각계각층에 호소하고 있다.

지금껏 한푼의 보상금도 받지 못하고 있는 데 따른 나날의 고통의 짐을 내려놓을 수 있도록 조속한 보상이 이루어질 수 있게 하는 국민의 힘을 애타게 바라고 있다.

삶의 터전을 되돌려 주지는 못할 망정 정부와 국회, 삼성, 국제유류기금 등 태안 기름유출 사고와 관련한 보상 주체들이 보상 보따리를 풀도록 조속한 보상을 촉구하는 냄비같은 국민의 힘을 태안주민들은 갈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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