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부터 교사까지 한글티셔츠 너무 놀랐어요” 뉴욕한인방송기자 취재감격
“학생부터 교사까지 한글티셔츠 너무 놀랐어요” 뉴욕한인방송기자 취재감격
  • 충청타임즈
  • 승인 2009.10.25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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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취재 경험 중 가장 뿌듯하고 행복했어요.”

지난 23일 뉴욕의 한 중학교에서 전교생이 한글 티셔츠를 입고 등교한 사건(?)이 있었다. 뉴욕 플러싱의 JHS 189 중학교였다.

이날 아침 뉴욕의 한인라디오방송 KRB(한국라디오방송) 보도국에 전화벨이 울렸다. 뉴욕한인학부모협회 최윤희 회장의 전화였다. 며칠 전 KRB에서 제공한 한글 티셔츠를 이날 이 학교 전교생이 입고 왔다는 것이었다.<2009년 10월24일 송고기사 참조>

이 한글 티셔츠는 한국의 KBS가 ‘한글날 한글옷입기 운동’으로 만든 옷 2000점을 KRB 한국라디오방송에 전달한 것이었다. 당초 KRB는 뉴욕 일원 학교들과 함께 한글날 행사의 일환으로 한글옷입기 이벤트를 준비했지만 옷들이 한국서 너무 늦게 도착해 관련 행사를 취소했었다. 그런데 이날 JHS 189가 자체적으로 한글옷입기 행사를 단행한 것.

제보를 받고 달려간 송태희 기자는 “솔직히 반신반의했어요. 전교생이 760명이라는데 전부 입지는 않았을 거라고 생각했거든요”하고 말했다. 그러나 학교 정문에서부터 놀라운 장면을 목격했다. 경비원이 한글 티셔츠를 입고 있었던 것이다.

로비에서 만난 학생들도 한결같이 흰색과 검정색의 한글 티셔츠를 착용하고 있었다. 교무실에 들어갔더니 더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교사들 모두 한글 티셔츠를 입고서 송 기자에게 “안녕하세요!”하고 우렁찬 한국말로 합창을 하는 것이었다.

송태희 기자는 “너무 뜻밖의 상황이라 놀라기도 했지만 울컥하고 눈물이 날만큼 감격적이었어요. 미국 학교에서 이런 풍경을 볼 줄 상상이라도 했겠어요?”하고 말했다.

교장실에서 집무를 보던 신디 디아즈 볼고스 교장도 예외는 아니었다. 검정색 한글티셔츠를 입은 채 환한 웃음을 지으며 “한글 티셔츠를 학생들이 너무 좋아한다”고 기자를 반겼다.

교실마다 한글 티셔츠를 착용한 교사와 학생들이 수업을 하는 등 이날 JHS 189 중학교는 그야말로 한글옷으로 물결을 이뤘다. 더 많은 학생들이 한글옷을 입고 있는 모습을 촬영하고 싶다는 요청에 볼고스 교장은 교내방송을 통해 6학년 학생들만 운동장에 다 모이도록 하는 친절도 베풀었다.

JHS 189는 지난 9일에는 자체적으로 한글날을 선포하고 전교생이 강당에서 한국어 관련 동영상 시청과 한국어 배우기 수업을 진행했다.

비단 JHS 189 외에도 지난 7일 전형적인 백인학교인 답스페리 고교가 뉴욕주 공립학교 최초로 한글날 선포와 함께 한글이벤트를 열었고 브롱스 142중학교와 플러싱 PS 150초등학교, 동서국제학학교 등 5개 초·중·고교가 한글날 행사를 개최하는 전례없는 일들이 잇따랐다.

올해 뉴욕의 학교들이 이처럼 한글날 행사를 하게 된 것은 KRB와 한국어 보급을 위해 노력하는 뉴욕지역 한인교사들의 열정 덕분이었다.

JHS 189의 학부모조정관을 맡고 있는 최윤희 회장은 “볼고스 교장은 지난 7월 한국을 방문한 적이 있는데 한국에 대한 인상이 너무 좋아서 한국매니아가 되버렸다”고 귀띔했다. 볼고스 교장은 지난 9일 한글날 행사를 할 때는 한복을 입고 집무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송태희 기자는 “플러싱에 한인들이 많이 살지만 주민 전체로 보면 15% 정도에 불과한데 이렇게 전교생과 미국 교사들이 한글옷을 입고 있는 모습을 보니까 한글을 쓰는 한국인이라는 사실이 자랑스러웠다. 평생 잊지 못할 취재였다”고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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