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꽃들이 위로하는 유혹에서
봄꽃들이 위로하는 유혹에서
  • 충청타임즈
  • 승인 2009.04.01 2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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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심천
이규정 <소설가>

요즈음 어디서나 봄꽃들이 활짝 피었다. 새싹이 돋는 산과 들에서도 푸른빛으로 변해가면서 봄꽃놀이를 즐기려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아직도 새벽에는 심술궂은 꽃샘추위가 제법이나 싸늘하지만, 이제는 그것조차도 주춤거리다가 슬그머니 사라지는 햇살이 또한 제법이나 따뜻하다.

모두들 벌써부터 봄꽃놀이에 떠들썩하였지만, 나는 계절이 어떻게 변하는지 활짝 핀 꽃망울을 보고서야 봄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더군다나 지난 2월부터 '문화의 숲'이란 계간지의 주간으로 정신조차 못 차렸다. 이제야 출간의뢰로 넘겨지는 원고에서 한시름 놓았지만, 이제는 그 책이 어떤 모습으로 출간될는지 걱정이 태산이다.

이번에 출간하는 문화의 숲은, 근로자문화예술제 수상자들의 문화예술 활동을 공유하고 홍보하기 위한 계간지나 다름없다. 지난해에는 제28회 수상자들이 주축으로 제1회 문화예술제를 마치면서, 제2회 문화제는 더욱 체계적인 준비로서 한국근로문화예술인협회로 승격하는 모임에서, 앞으로 근로자문화예술제의 수상자들은 물론 역대 수상자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기대하고 있다.

회원들은 모두가 직장인들이다. 전국에 흩어져 있는 직장인들이 직장생활에 충실하면서 각기 문화예술을 추구하는 열정만큼은 남 못지 않았다. 회원들마다 이상을 추구하는 문화예술의 분야가 또한 각기 다르다. 문학, 미술, 연극, 음악부문에서도, 다함께 공유하면서 발전하겠다는 목적에서 문화의 숲을 창간하게 되었고, 나또한 단편소설의 수상자로서 창간호의 주간이라는 직책이 맡겨진 것이다.

지난해 미흡하게나마 제1회 문화제행사를 마치면서, 올해는 벌써부터 제2회 문화제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미술부문에서는 사진, 서예, 회화, 공예부문 회원들의 손길이 바빠졌고, 연극부문에서는 어떠한 작품을 무대에 올리려는지 고심하는 모양이다. 음악분야에서도 각기 무슨 노래에 무슨 음악을 선택해야 좋을지 고뇌하는 눈치에서, 문학 분야의 회원들도 시화전과 시낭송을 어떻게 참여할 것인가를 걱정하고 있다.

나는 이번에 문화의 숲 창간호의 주간까지 맡겨지면서, 모든 것이 처음으로 경험하는 주간으로서 쉽지가 않았다. 나로서는 그동안 적잖은 고뇌에 계절이 어떻게 변하는지 몰랐지만, 처음으로 경험하는 주간으로서 배우는 것 또한 많았다. 무엇보다 미술이나 연극분야를 조금이나마 이해하는 계기가 되었고, 음악분야는 물론 내가 소설로 참여하는 문학에서도 시와 수필, 희극과 동화를 배움으로써 적잖은 공부가 되었다.

나로서는 적잖은 공부가 되었다지만, 솔직히 주간인 나조차 부끄럽게 느껴지는 창간호의 출간을 어떻게 받아들일는지 걱정이다. 하지만 이제는 출간을 기다리는 원고를 내가 걱정한다고 될 일이 아니다. 이제야 괜스런 걱정을 접겠다고 바라보는 봄꽃들이 화사한 몸짓으로 유혹하며 나를 부른다. 무엇이든 처음부터 만족하기를 기대하는 것은 하찮은 욕심이라고 위로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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