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서 신발 세례 받은 부시 대통령
이라크서 신발 세례 받은 부시 대통령
  • 이재경 기자
  • 승인 2008.12.15 22: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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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이 재 경 부국장 <천안>

부시 미 대통령이 이라크에 날아갔다가 망신을 당했다. 기자회견장에서 이집트의 한 방송사 기자로부터 신발 세례를 받았다. 부시 면전 수 m 앞에서 강하게 팔을 휘둘러 두 번이나 신발을 던졌지만, 용케 피해 봉변은 면했다. 사건 직후 부시가 한 말이 우습다.

그는 기자들을 향해 "내가 알려줄 수 있는 건 신발 치수가 10(인치)이라는 것뿐이다"라고 말했다. 특유의 조크로 위기를 넘기긴 했지만, 꼴이 말이 아니다.

남의 나라 대통령이지만 수모를 당한 장면이 안쓰럽다. 아랍 문화권에서 신발 세례는 극도의 모멸감을 표현한다고 한다. 더구나 그 기자가 한 말의 수위가 보통이 아니다. 우방국 정상에 대한 예의상 그 말을 다시 지면에 옮기지는 않겠지만 정말 극도의 불쾌감을 줄 언사가 회견장에 내뱉어졌다.

미 언론의 사후 분석이 씁쓸하다. 언론들은 "(부시가) 이라크전(戰)의 성과를 자축하기 위해 극비리에 방문했지만 돌아온 것은 뿌리깊게 박힌 반미감정뿐이었다"라고 평했다.

국내의 여러 포털에 올려진 부시 신발 세례 사건에 대한 반응도 다양하다. 경호의 잘못을 지적하는 사람도 있었고 퇴임을 얼마 앞두고 발생한 레임덕이라는 견해도 올려졌지만 대체로 비아냥 섞인 글들이 많다.

한 누리꾼은 "부시에게 던진 신발의 상표가 어떤 거냐"라고 묻는 기상천외의 질문을 했고 어떤 이는 "이집트 기자가 던진 신발의 구질이 '슬라이더'였다"고 평가해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한 블로그에 올려진 '부시 신발 투척 사건의 전모'라는 글이 눈에 띈다.

이 글은 부시의 아버지인 조지.HW.부시와 석유 재벌인 사우디 왕가와의 밀월 관계를 언급하며 이라크 전쟁이 '부시 부자가 사우디 왕가의 부의 축적을 위해 수행된 것'이라고 언급한다. 이미 많이 퍼졌던 얘기지만 이라크전이 사우디 재벌과 방위산업체를 갖고 있는 군사 재벌들을 위해 저질러졌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요즘 사경에 처한 빅3(GM, 포드, 크라이슬러 등 미국 자동차 3사)가 들으면 놀라 자빠질 만한 얘기를 꺼낸다. 스토리는 다음과 같다.

'미 GM은 한 번 충전하면 시속 120km에 500km를 주행하는 전기자동차를 개발했다. 그러나 원유가 하락을 의식한 아랍과 미국의 석유재벌들이 부시 행정부에 압력을 행사, 기술문건을 모두 소각시켰다. 이후 빅3는 기름을 많이 소비하고 뚱뚱하고 무거운 대형차만 개발해 팔았다가 망했다.'

그러면서 '진정한 악의 축은 (테러 진원지인 이라크가 아니라) 부시와 석유 재벌'이라고 끝을 맺었다. 많은 이가 사실로 믿지 않겠지만 스토리가 꽤 그럴싸해 쓴웃음이 나온다.

그러나 당사자 부시는 이미 이런 얘기를 많이 들었다. 자국 내 반전 단체나 야당까지 이미 숱하게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던가.

그럼 9·11테러 이후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전에 쓰인 전쟁 비용은. 무려 8600억 불이다. 지금 미국이 금융 위기 진화를 위해 쓰게 될 비용과 맞먹는 수치다. 그런 어마어마한 돈이 미사일로 공중 분해되고 주둔군 유지비용으로 쓰였다. 오늘로 임기가 36일 남은 부시. 어쨌거나 결과는 '전쟁에 미쳐 나라 살림을 거덜낸 최악의 대통령'으로 남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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