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입연합고사의 책임자 홍순규 장학관
고입연합고사의 책임자 홍순규 장학관
  • 충청타임즈
  • 승인 2008.12.14 2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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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김 승 환 충북대교수

'말 좀 조심하시오' 단호하게 말하는 홍순규 장학관은 그래도 미소를 잃지 않으려고 애를 썼다. 민중운동을 위하여 교사도, 공무원도 그만둔 김수동 실장이 '홍장학관께서는 교육이 무엇인지 좀더 배우셔야 되겠다'라는 공격적인 발화를 한 직후에 벌어진 일이다. 삼십여 년 교육자로 살아온 현직 장학관으로서는 참을 수 없는 일이었음에 분명하다.

지난 12월 10일, 김효겸 충북부교육감실에서 있었던 교육청과 시민민중단체와의 대화 도중 생긴 이 일은 한국교육의 모순을 담은 상징적인 사건이다. 한국사회는 계급, 종교, 인종 등에서 다른 나라보다 비교적 평등한 사회다. 그러다보니 신분상승의 욕망을 실현할 수 있는 가장 빠른 길이 바로 교육이고 그래서 교육을 둘러싸고 수많은 담론(談論)이 충돌하는 것이다.

지금 충북교육청은 고입연합고사 부활을 위해 치밀하게 준비하고 있다.

현행 내신제도는 열두 번의 시험을 보는 등 문제가 많기 때문에 내신과 시험을 병행하는 제도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2011년부터 국어와 영어, 수학과 사회, 과학 등 다섯 과목을 중심으로 실시한다는 이 계획의 중심에 신강수, 홍순규, 남기천 이런 분들이 있다. 이 중 홍장학관은 충북교육청의 대표적인 논객이자 변사(辯士)이고 교육행정전문가인 동시에 훌륭한 선생님이었다. 그의 주장은 중요과목, 주당시수, 인성의 저해, 학교선택권 제한, 학습공백 등 교육적 판단에서도 그렇고 다른 교육청에서 이미 실시하고 있으며 연구결과 등 정책적 판단에서도 연합고사를 부활해야 한다는 것이다.

나름대로 일리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시민민중단체로서는 수긍할 수도 없고 동의할 수도 없다. 한마디로 연합고사의 부활은 서민과 민중들의 고통과 차별을 의미한다. 이렇게 되면 경제적 우위에 있는 상류계층은 자녀교육에 유리한 반면 서민과 기층 민중들은 자본의 열세로 말미암아 자녀교육에 불리하다. 그뿐인가. 내신과 시험이라는 이중 제도로 학부모와 학생들의 정신적 육체적 부담은 극심해질 것이다. 학습현장과 교사의 평가를 신뢰하는 내신제도야말로 지난 수십 년의 연구를 거쳐 확립된 이상적인 평가방식이다. 특히 최근의 평가이론은 수업과 평가를 분리하지 않고 수업과 평가를 동시에 병행하는 쪽으로 이행하고 있다.

그러니까 충북교육청의 정책은 교실보다는 수험장을 교사보다는 연합평가를 더 믿겠다는 것이며, 학원 중심의 학습으로 인하여 교실현장이 무력화될 수가 있다. 따라서 다시 한 번 교육배심원 제도를 채택해 공개적인 토론과 냉철한 판단으로 연합고사 실시가 옳은지 현행 내신제도 유지가 옳은지 최후의 결판을 내면 좋겠다.

신분의 재생산을 차단하는 것이 교육이어야 하고 공정한 경쟁 이전에 인간에 대한 사랑을 실천하는 것이 교육이어야 한다.

충북교육청이 폐기할 것은 경제자본이 교육자본을 결정하고 교육자본이 한 인간의 평생을 결정하는 비인간적 모순이다. 오천만 한국인들은 이미 사교육, 입시경쟁, 약육강식, 영어학습, 출세주의 등 야수적 경쟁주의에 시달리고 있다. 연합고사를 실시해야 학력이 신장된다는 증거가 없는 판에 사교육비 증가가 확실하고 정신적 육체적 고통이 확실한 연합고사를 주장하는 것은 설득력이 부족하다. 이런 냉철하고 절박한 판단 아래서, 강건한 김수동 실장이 홍장학관을 비판했던 것이다.

이것을 종합해 정리하건대, 이기용 교육감께서는 선거공약에 연연하지 않으시기 바란다. 공약이라고 하더라도 부정적이라면 과감하게 포기하는 것도 큰 용기다. 그것이 진정한 교육적 정치적 정책적 판단이다. 그것이 아니라면 이 정책의 핵심에 있는 홍순규 장학관께서 먼저 이기용 교육감께 선거 공약의 폐기를 건의해 주는 것이 충북교육사에 기록될 소신 있는 교육적 자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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