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제 개정 안된다
최저임금제 개정 안된다
  • 안병권 기자
  • 승인 2008.12.14 21:4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데스크의 주장
안 병 권 부국장 <당진>

금융위기가 실물 경제로 전이되면서 국민들의 생계 걱정이 날로 늘어가고 있다.

이때에 정부는 취약계층을 위한 각종보호 규제의 완화를 서두르고 있다. 그 대표적인 게 최저임금법 개정안이다. 지난달 18일 한나라당 김성조 의원이 발의한 최저임금법 개정안에 이어 노동부도 이에 화답하듯 지난 8일 고령자 최저임금 감액 적용, 수습근로자 감액 적용기간 3개월에서 6개월로 연장 추진, 숙식비 감액 보장 등을 내용으로 한 최저임금법 개정안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현행 최저임금은 시급 3770원으로 월 78만원 수준이며 여기에 고령자(60세 이상)와 수습근로자는 감액하고 숙식비용도 감액하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는 최저임금제도의 개악안밖에 안된다. 노령자, 신규 취업자 등의 최저임금은 심각한 수준으로 삭감되고 최저 생계보장을 취지로 하는 최저임금제의 취지가 크게 훼손될 우려가 많다. 고용위기를 핑계로 저소득·취약 근로계층에 대한 협박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최저임금제는 국가가 낮은 임금의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해 법으로 임금의 최저액을 정해 노동자의 생활을 보장하는 제도다.

정부는 '일자리가 복지'라며 일자리 창출을 하겠다고 하지만 저임금 단기 일자리를 늘리는 것이 해답의 전부일 수 없다.

신규 취업자수가 계속 감소하고 있는 추세로 볼 때 특히 10∼30대 신규 취업자수가 계속 줄고 있다. 반면에 구직을 단념하고 비경제활동인구로 유입되는 수는 증가하고 있다. 취업문이 '바늘구멍' 통과하듯 어려워지면서 취업을 포기하고 생계형 일자리를 찾아 아르바이트를 하는 10∼30대가 늘어나고 있다. 이들을 88만원 세대라고 말한다. 지금의 최저임금제도 개정 움직임은 이들에게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88만원도 채 받지 못하면서 일해야 하는 기간이 더욱 늘어난다는 의미다.

그들을 더 이상 궁지로 몰아서는 안된다.

최저임금은 올 평균 근로자 임금이 211만7000원 정도임을 감안하면 37% 수준이다. 내년에는 겨우 230원 올라 시급 4000원, 한 달 83만6000원에 그친다.

또 최저임금 이하 노동자의 94%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며 174만명이 현재 최저임금의 보호도 받지 못하는 최악의 상황이다.

노동의 대가로 생계를 보장받지 못하는 사회는 그 구성원들을 위한 사회로서 더 이상 제 역할을 못하게 된다. 피땀흘려 일하고 정당히 받아야할 보수에도 못미치고 삶을 간신히 이어가는 사회적 약자들에게 일방적인 희생을 요구하는 것에 그칠 뿐이다.

최저임금이 갖는 소득재분배 기능은 고려하지 않더라도 최소한 물가급등으로 인해 최저임금이 실질적으로 삭감되는 것은 방지해야 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다.

최저임금제는 노동자들의 최소한의 생활을 보장하기 위한 사회적 안전망이다.

복지예산을 줄이는 것도 모자라 최저임금 제도마저 완화하려는 움직임은 저임금 근로자들이 더욱 늘어나 사회양극화를 더욱 심화시키게 된다.

지난 11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도 최저임금제 개정안은 현행 근로기준법 뿐만 아니라 헌법과도 충돌할 가능성이 많다는 지적을 내놓았다. 현실적인 측면에서 보나 규범적인 측면에서 보나 어떠한 정당성도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정부가 벼룩의 간까지 빼먹으려 한다", "청와대 눈에는 없는 사람은 국민이 아닌가"라는 비난 여론이 비등한 가운데 한나라당 홍준표 대표는 13일 내년 예산안을 처리한 직후 연말까지 '법안처리 전쟁'을 선포했다. 지금은 최저임금제 개정이 우선이 아니라 저임금 근로자들의 유일한 소득보전 원천인 최저임금의 인상이 어느 때보다 더욱 절실하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