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위각과 에듀테인먼트
완위각과 에듀테인먼트
  • 충청타임즈
  • 승인 2008.12.12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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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정 규 호 <청주시문화산업진흥재단>

조선 숙종때 사람 담헌(澹軒) 이하곤(李夏坤 1677∼1724년)은 장서가로 유명하다.

담헌은 고려 충선왕 시대에 원나라와의 문화교류에 큰 역할을 했던 북경 소재 도서관 만권당(萬卷堂)의 주축이었던 익제(益薺) 이제현(李薺賢)의 후손이다. 조부와 부친이 좌의정과 이조판서를 역임한 덕분에 벼슬살이가 보장되었지만 그는 이를 초개와 같이 버리고 충북 진천 초평에 있는 별서에 완위각(宛委閣)이라는 일종의 사설 도서관을 열었다. 좋은 책을 보면 입고 있던 옷을 벗어서라도 구입해야 직성이 풀리는 이하곤의 성정으로 인해 완위각은 소장 서적이 만권을 넘어 만권루라고 불리기도 했다.

이렇게 훌륭한 서재가 마련되자 시골 진천에는 학자와 예술가가 모여들었고, 유명한 서예가 윤순(尹淳 1680∼1741년)은 그의 문집 백하집(白下集)을 통해 담헌을 애도한 제문祭澹軒李載大文을 남기기도 했다.

그런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진천군 초평면이 교육을 매개로 새롭게 환골탈태하고 있다. 두타산 아래 시골마을 진천군 초평면은 1500여 가구 3700여명의 주민이 살고 있는 작은 고장이다. 이곳이 최근 언론의 집중적인 조명을 받고 있는 까닭은 과감한 교육에의 투자에서 비롯된다.

진천군 초평면은 '지역 발전을 위해 가장 시급한 것은 인재 살리기'라는 명제 아래 쓰레기처리장 유치를 통해 지원받은 110억원 가운데 75억원을 장학금으로 마련하는 용단을 내렸다.

주민 스스로가 '초평면 장학재단'을 설립해 교육의 가치 구현에 나서면서 앞으로 이곳 주민의 자녀들은 초등학교부터 대학까지의 학비는 물론 심지어 유학학비도 지원받을 수 있게 됐다. 이에 따라 진천군 초평면은 극심한 이농현상이 벌어지는 세태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전입 문의가 급증하면서, 폐교의 위기에 있던 초등학교에 학생 수가 늘어나는 추세이다.

바야흐로 교육에 대한 수요와 관심이 집중되는 계절이다. 2009 대입수학능력시험 결과가 발표되면서 수많은 수험생들은 각자의 성적에 따른 지원 가능 대학과 학과를 결정해야하는 고난의 겨울이 되고 있다.

서울 상위권 대학의 합격선은 몇 점대라는 등 예측기사가 신문의 1면 머리기사 자리를 버젓이 차지하고 있는 현실에서 만권의 장서로 학자와 예술가를 불러 모았던 완위각의 진정성은 쉽게 찾을 수 없다.

이와 함께 중3학생들의 경우 내신 성적에 따라 앞으로의 인생과 운명이 좌지우지되는 입시의 시련 속에 인재양성의 참뜻은 얼마만큼 헤아릴 수 있을지 궁금하다.

이런 와중에 우리나라 중학교 2학년 학생들의 수학과목과 과학과목의 성취도가 각각 2위와 4위를 기록했다는 보도는 눈길을 끌기에 충분하다.

국제교육성취도평가협회(IEA)가 발표한 이 성적표는 수학과 과학에서 6위를 기록한 헝가리와 과학에서 5위를 차지한 영국을 제외하면 아시아 국가가 상위권을 독차지하고 있다.

대만과 싱가포르, 일본, 홍콩 등 우리나라와 치열한 경쟁이 불가피한 아시아권 국가들의 학업성취도는 인재 양성의 중요성을 단적으로 말해주는 것과 다름없다.

다만 우리가 각별히 주목해야 할 것은 우리나라의 평가 대상 학생들의 수학 및 과학 학습자신감 지수는 수학 43위와 과학 27위로 모두 하위권을 기록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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