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훈관 총장님께
채훈관 총장님께
  • 권혁두 기자
  • 승인 2008.12.12 10:3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데스크의 주장
권 혁 두 부국장 <영동>

채훈관 영동대 총장님.

대학은 '굴뚝없는 공장'이라고 합니다. 아무런 공해없이 지역에 다양한 경제적 과실을 가져다 주는 실속있는 집단이라는 얘기지요. 지자체들이 대학 유치에 목을 매는 이유도 이 때문입니다. 영동대 역시 영동군의 경제를 지탱하는 큰 축으로 기여하고 있습니다. 특히 읍내 소상인들에게는 생계를 좌우하는 젖줄이나 다름없습니다.

매년 입학철이면 영동대 신입생을 환영하는 군민들의 현수막이 거리를 메웁니다.

지역경제에 기여하는 대학에 대한 주민들의 고마움의 표시지요. 영동군 역시 다양한 채널을 통해 대학을 전방위로 지원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들어 지역과 영동대 사이의 공고했던 유대가 식어가는 징후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심지어 얼마전 영동군의회에서는 총장님이 '나쁜 사람'으로 불려지며 성토되기도 했습니다. 영동군민장학회의 장학금이 영동대에 집중되고 있으나 학교나 재단이 장학기금 출연에 인색하다는 것이 이유였습니다.

영동대가 영동군으로부터 운영을 위탁받아 짓고 있는 노인병원도 계속해서 여론의 도마에 오르고 있습니다. 차일피일 늦어지는 개원일정부터 협소한 주차공간, 부실한 의료인력, 친인척 병원장 임명에 이르기까지 군의회에서 연일 매타작이 이어졌습니다.

대학이 교내에 유치한 영동군민수영장도 국제규격에 미달해 활용도가 떨어질 것이라는 지적을 받습니다.

이 때문에 애꿎은 관련 공무원들만 군의회에 불려나가 이런 저런 변명에 진땀을 흘렸습니다. 공무원들이 무슨 죄가 있습니까. 특혜 시비에도 불구하고 수십억원씩 지원되는 각종 시설을 영동대에 밀어준 죄밖에 더 있습니까.

군이 발주하는 연구용역들도 대부분 영동대가 독식하고 있지요. 그러나 대학이 내놓은 결과물이 정책에 반영되거나 성과를 일궈냈다는 소식은 별로 들리지 않습니다.

대학은 시설들을 교내로 유치하며 과감한 대응투자를 통해 최고의 수준으로 만들겠다고 했습니다. 약속대로 대학의 자체 투자가 충분하게 이뤄졌다면 최근의 구설수를 피할 수있지 않았을까요. 아무래도 불신의 단초는 대학쪽이 제공한 것이라는 생각입니다.

영동군은 재정자립도가 15% 안팎에 불과한 가난한 지자체입니다. 대학 뒷바라지에 주력할 만한 형편이 아닌데도 군이 얄팍한 지갑을 풀어 영동대에 공을 들이는 것은 대학을 상생의 대상으로 보고 있기 때문입니다. 재단의 투자에 군이 힘을 보태 대학의 경쟁력을 높이고 궁극적으로 대학의 지역 공헌도를 높이자는 전략입니다. 그러나 최근 대학을 향해 터지는 마찰음들은 군의 지원이 대학의 호응을 받지 못하고 짝사랑에 그치고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음을 알리고 있습니다.

대학발전을 위해 동분서주해온 총장님 입장에서 지역의 비판적 여론이 서운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이 불편한 상황에 대한 해법은 총장님에게 달려 있습니다. 우선 주소지부터 영동으로 옮겨오십시오, 영동대 학생들은 군의 인구 5만 사수시책에 협조해 주민등록을 옮겨오고 있지만, 정작 총장님은 아직 영동 분이 아니십니다. 그리고 노인병원과 수영장은 물론 대학 발전을 위한 투자를 더 늘리십시오.

모쪼록 군민들에게 총장님이 그들의 동반자임을 재확인시키고 신뢰와 존경을 회복하시기 바랍니다. 지역과 대학의 화합을 바라는 마음에서 졸필을 놀렸으니 주제넘은 점이 있더라도 이해하시기 바랍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