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어나라, 충북개발연구원
깨어나라, 충북개발연구원
  • 충청타임즈
  • 승인 2008.12.09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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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강 태 재 <충북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상임대표>

"최종보고안을 충북도에서 보고 이 부분을 넣어달라고 해서 수정검토대안으로 집어넣은 것이다."(충북개발연구원)

"당시 충북개발연구원에서 '국제웨딩빌리지'가 좋은 사업이라며 받아들이고, 이제 와서 우리가 넣으라고 해서 넣었다고 하는 것은 무책임하다."(충청북도)

위의 얘기는 말썽 많은 '밀레니엄타운 조성사업 타당성조사' 용역을 두고 도의회에서 벌어진 두 기관 간의 네 탓 내 탓 공방입니다. 강태원 의원(비례대표, 한나라당)이 "처음했던 용역을 조금씩 수정했을 뿐 크게 달라진 게 없다. 연구조사기관에서는 전면 재검토했어야 함에도 일부만 바꾸고 말았다"며 문제점을 지적했습니다.

또 김광수 의원(청주, 민주당)은 "사업에 대한 적법성, 타당성, 효과성 등에 대한 연구 검토 없이 최종보고서 내용 중 연구기관에서 수개월 동안 연구한 아트빌리지, 모던갤러리, 주차장 등의 사업을 삭제, 축소한 뒤 집행부의 안대로 웨딩빌리지 사업을 반영하는 어처구니없는 우를 범하게 만들었다"고 힐난했다지요.

누구의 말이 옳고 그르고, 누가 거짓인지 참인지의 문제가 아닙니다. 위의 책임공방만을 두고 보면 충북개발연구원이 제대로 된 연구기관인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발주처가 요구한다고 해서 자신들이 행한 연구내용을 손바닥 뒤집듯 바꾸는 것이 과연 연구원이 취할 수 있는 것인지. 설혹 발주처의 제안이 더 나아보여서 수용을 했다면, 그러한 판단에 대한 논리가 있어야 하는 것 아닌지.

그러나 이도 저도 아니고 칼자루를 쥔 발주처, 그것도 연구원의 생사여탈권을 가진 충북도의 말을 따르지 않을 수 없었다면 얘기는 약간 달라집니다.

일단 충북도에 책임의 일단이 제기될 것입니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연구원이 자유롭지 못하기는 대동소이합니다. OEM, 주문자부착상표로 납품하는 상품이라면 몰라도 도민의 혈세로 도의 정책 타당성을 판단하는 일에 발주자 입맛대로 맞춰주는 것이라면 용역을 할 필요가 무에 있겠습니까. 그냥 제 '생각대로 하면 되고∼'지.

밀레니엄타운 건만이 아닙니다. 소관부서가 바뀌면서 '중국어마을'이 '차이나월드'로 바뀌었다는 말씀도 군색하기는 마찬가집니다. "우리 연구원들의 실력이 낮거나 부족하지 않다."는 이수희 원장의 말씀을 부정하지 않지만 "발주처에서도 안 믿는 연구결과"라는 말이 나오는 것은 문제지요. 물론 예산과 인사권을 실질적으로 쥐고 있는 충북도의 눈치를 보지 않고 소신대로 밀고 나아간다는 것이 매우 어렵지요.

그러나 연구원의 역할과 기능을 놓고 볼 때, 당장의 어려움을 이겨내고 힘든 과정을 돌파해 내지 않으면 연구원의 위상은 날이 갈수록 흔들릴 수밖에 없습니다.

충북도의 책임도 만만치 않습니다.

우선 먹기에 곶감이 달다고 내 입맛대로 맞추게 할 연구원이라면 하지 않는 것만 못합니다. 충북도가 출자하여 설립한 연구원이라고 해서 충북도 소유이고, 그래서 내 '생각대로 하면 되고∼'식이어서는 안 됩니다. 연구원의 진정한 소유주는 도민입니다.

지방자치시대와 함께 전국에서 맨 처음 설립한 충북개발연구원이 전국에서 가장 열악한 처지에 놓여 있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입니다.

충북도의회도 질책과 함께 연구원의 위상과 처우를 높여 제대로 된 연구결과가 나올 수 있도록 지원과 엄호가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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