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SP와 오바마
WASP와 오바마
  • 문종극 기자
  • 승인 2008.11.06 2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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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문 종 극 편집부국장

WASP(와스프)는 'White Anglo-Saxon Protestant'의 약자로 앵글로색슨계 미국 신교도를 뜻한다. 통상 정통적 미국인을 지칭한다. 이들은 메이플라워호를 타고 영국에서 미국으로 이주한 사람들의 자손이다. 자신들을 다른 민족이나 종교로부터 차별화하기 위해 작위적으로 만들어낸 말이다.

WASP는 현대 미국사회에서도 주류를 형성하고 있다. 한때 정·재계에서 성공을 거둘 수 있는 절대적 조건이기도 했다. 관련 자료를 보면 1920년대까지 미국 200대 기업의 대부분이 이들 소유였으며, 미국의 정치 권력도 공화당과 민주당 모두 이들의 독점체제로 이어졌다.

그러다가 1930년대 대공황으로 WASP 출신 대자본가들이 무너지면서 유대인 등의 미국내 신진세력들이 등장한다. 이로인해 재계 판도가 바뀌는 현상이 일었으며, 정치권에서도 아일랜드계 가톨릭교도인 케네디와, 역시 아일랜드계인 레이건이 집권하는 이변이 일어나기도 했다.

그럼에도 WASP가 미국의 현대사를 이끌어 오는 주역이라는 데는 누구도 부인하지 않는다. 1989년 정통 WASP인 조지 부시가 당선된 데 이어 2000년 그의 아들 조지 W. 부시가 다시 대통령에 당선됨으로써 이를 증명해 보이기도 했다. WASP는 미국의 총인구중 3분의 1 정도를 차지한다는 것을 감안하면 2억9000만명(2005년 기준)의 미국 인구중 9000만명에 조금 못미치고 있다고 보면 된다. 전체인구의 30% 정도인 WASP가 미국을 좌지우지해 왔다는 것이다.

이처럼 아직도 WASP 우월주의가 팽배한 미국은 이로인해 세계인들로부터 인종차별주의 국가로 불려지기도 한다. 민주주의를 자랑해 온 그들이 스스로 인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아직도 주류사회 계층이라고 하면 WASP를 들고 있는 그 자체가 인종차별이기 때문이다. 앵글로색슨계 미국 신교도 즉, WASP의 인종우월주의에서 비롯되는 백인들의 흑인에 대한 태도가 곧 인종차별이라는 것이다.

이같은 미국에서 흑인 대통령이 탄생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역사상 최초라는 수식어를 달고 민주당 버락 오바마가 당당하게 당선됐다.

미국이 독립을 쟁취한 지 232년, 국가로 최초의 대통령을 선출한 지 219년, 에이브러햄 링컨이 흑인 노예를 해방해 미 의회가 이를 인준한 지 143년, 마틴 루터 킹 목사가 "나에게는 꿈이 있다"고 외친 지 45년만에 흑인 대통령이 탄생한 것이다.

흑인인 오바마의 대통령 당선은 흑인 노예가 해방되고 존슨 대통령의 인권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공공연하게 남아있는 현실에서 백인의 흑인에 대한 차별과 편견을 넘어 그 정점에 섰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이는 공화당으로 대별되는 종래의 WASP라는 백인위주의 반이민주의 미국 사회통념이 다민족, 다양성을 위주로하는 실증적·과학적 사고방식으로 바뀌는 변화의 과정으로 받아들여지기도 한다.

또한 오바마의 당선은 미국이 문화다원주의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는 시대조류와도 무관하지 않은 게 사실인데 유대계, 가톨릭계, 유색인종 등에게 기득권을 배분하는 등 그동안의 배타적 사고에서 벗어나고 있는 변화의 속도를 가속화시키는 데도 큰 몫을 할 것으로 보인다.

여하튼 최초 흑인 대통령 등장으로 인종문제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인 미국 사회에서 백인의 흑인 차별이 WASP의 우월주의와 함께 사라지면서 45년전의 마틴 루터 킹 목사의 꿈이 이뤄질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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