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내린 연기군수 선거
막내린 연기군수 선거
  • 한인섭 기자
  • 승인 2008.11.03 2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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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한 인 섭 정치부장

민선 4기 들어 3번째 치러진 연기군수 선거가 막을 내렸다. 38%의 투표율을 보이며 자유선진당 유한식 후보가 유효표 51.9%를 얻어 당선된 이번 선거는 여·야 각 정당이 치열한 각축을 벌일 만큼 정치적 의미도 일정부분 부여할 수 있었다. 충청권의 시각으로 본다면 이번 선거는 세종시 추진이라는 대규모 국가 사업의 중심이 연기군이라는 점과 연관지어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그러나 연기군은 민선 4기 출범 이후 3차례나 보궐선거와 재선거가 치러졌고, 이때마다 군정은 부군수대행 체제로 꾸려질 수밖에 없었다.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과 토지공사 등 관련기관들이 세종시 추진 업무를 전담하지만, 중심에 놓여있는 연기군 수장의 거듭된 공백은 사업에 일정한 차질을 빚게했다. 게다가 제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처지가 되다보니 사업이 뒤쳐지는 빌미를 제공하기도 했다. 이번 선거에 당선된 유 군수는 군정과 함께 세종도시 추진 상황과 업무를 챙기는 일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할 것 같다. 이런 점에서 선거와 함께 '휴지기'가 끝나 군정이 새롭게 출발했다는 것 자체도 의미있다는 소리다. 남은 임기가 18개월 남짓한 점을 고려한다면 먼저 재선에 욕심을 낼 수도 있겠지만, 그럴 일은 아닌 상황인 것 같다.

2006년 7월 취임한 민선 4기 첫 주자 이기봉 군수가 공직선거법위반죄로 당선무효형이 확정되면서 시작된 보궐선거와 재선거는 연기군이라는 지역 정체성을 극도로 혼탁하게 했던 만큼 이 점에 대해 차분히 되짚어 볼 계기로 삼을 만하다.

우선 연기군은 두 차례의 선거로 불법선거가 판치는 각축장으로 인식됐다. 선거법 위반죄로 이 군수가 도중하차 해 '불법 필패'라는 교훈을 얻을 수 있었지만, 오히려 사정은 더 악화됐던 게 연기군이다. 2007년 12월 치러진 재선거는 부정적 인식을 잠재우기는커녕 지역을 '선거악몽'으로 몰아 넣었다. 최준섭 군수가 당선되긴 했으나 금품살포 혐의로 줄줄이 선거운동원이 구속됐고, 지난 5월에는 유권자 150명에게 모두 2600만원을 건넨 혐의로 최 군수가 구속되기도 했다. 검찰 조사 과정에서 130여명이 줄줄이 소환되다 보니 지역은 '돈봉투'를 둘러싸고 반목과 갈등, 분열이 야기될 수밖에 없었다. 이번 선거도 예외가 아니여서 선거를 전후한 각종 고소·고발이 재연됐다.

세종시(행정중심복합도시) 추진이라는 절호의 기회 이면엔 지역 권력을 차지하려는 '모 아니면 도'식의 경쟁이 지속됐고, 결국 지역은 멍들 대로 멍들었다. 후보는 후보대로 지지자는 지지자 대로 모두 '내 편'이 돼야 한다는 '욕심'에 갖혀있었던 결과가 아닌가 싶다. 수도권 신도시나 갑자기 대규모 개발사업이 추진되는 곳이면 저마다 '완장'을 차지하려는 현상이 어김없이 나타나고, 연기군 역시 예외일 수 없었던 모양이다. 인구 8만 안팎의 농업군이었던 연기군이 세종시 중심에 놓여 커다란 개발 기회를 맞아 치른 일종의 '홍역'이기도 했다.

이번에 당선된 유 군수 역시 이런 점을 고려한 듯 유권자들이 '화합과 도약'을 선택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많은 변화가 한꺼번에 닥쳤고, 반칙이나 불법을 저질러서라도 상대방을 딛고 일어서야 한다는 조급함이 지배했던 지역사회가 다시 추슬러지는 계기가 되길 주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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