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이 정치를 걱정해서야
국민이 정치를 걱정해서야
  • 안병권 기자
  • 승인 2008.10.20 22: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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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안 병 권 부국장 <당진>

대한민국에 단 299명만이 가질 수 있는 직업이 있다. 바로 국회의원이다. 이들은 국민들로부터 임명된 계약직이고 비정규직이다.

우리나라의 국회의원은 직업군에 대한 사회적 평판이 다른 나라보다 훨씬 높게 나타난다. 반면 미국, 독일 등 선진국은 소프트웨어 개발자 등 민간부문 직업군이 상대적으로 높이 평가받고 있다. 이는 특정 직업에 대해 갖고 있는 권위, 중요성, 가치에 대한 평가인 직업위세 순위에서도 잘 나타나고 있다.

한국에서는 국회의원이 1위, 약사가 2위, 교사가 3위이며 미국의 경우는 소프트웨어 개발자, 기계공학 엔지니어, 약사가 1∼3위를 차지했고 독일은 소트프웨어 개발자, 약사, 중소기업 간부 등의 순이다.

하지만 직업윤리 수준을 들여다보면 정반대의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우리나라 주요 직업 17개를 대상으로 한 직업윤리 수준 조사에서 1위는 프로운동선수였고, 이어 대학교수, 의사, 초등학교 교사, 법조인 등이 상위를 차지한 반면, 16위에 시·군의원, 17위에 국회의원이 올랐다. 프로운동선수가 1위를 차지한 것은 전통적인 전문직 종사자들이 사회지도층으로서 국민들의 존경을 받지 못하고 있는 우리사회의 한 단면을 여실히 보여준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최근 초등학교 교과서의 직업 소개란에서 국회의원을 제외하자는 의견을 교육인적자원부에 냈다가 "중요 사안을 세심한 주의없이 제시해 빚어진 오류"라며 이를 철회하는 일이 발생했다.

문화부는 지난달 민주당 변재일 의원에게 제출한 '교과서 개선 요구' 자료에서 초등학교 실과 교과서 '일과 직업의 이해' 편에 그림사례로 제시된 직업중 국회의원을 삭제하고 대신 공무원이나 사회복지사를 넣어 줄 것을 요구했다.

문화부는 국회의원의 직업 삭제와 관련해 '거리감이 있는 의원'을 제외하고 작가, 화가, 연극배우, 뮤지컬 배우, 프로 게이머 등 문화예술인을 추가해 학생들의 관심을 반영하고자 했다. 국회의원 직업 삭제는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이는 지속적인 정치불신이 불러온 현 시대상을 우회적으로 반영한 것이다.

쌀 직불금 파문으로 온 나라가 시끄럽다. 그 중심에 사회지도층 특히 국회의원이 이번에도 자리하고 있다.

한나라당 홍준표 원내대표는 형법상 사기죄에 해당될 소지가 농후하다며 여당이라 할지라도 감싸안을 사안이 아니라고 목소리를 높여왔다. 사회지도층이 국고를 빼먹은 사안으로 이것을 정리하지 않으면 보수 개혁을 할 수 없다는 여권 내부의 자성론에 무게 중심이 실렸다. 하지만 현역 의원이 관련된 것으로 드러나자 발을 빼는 모습이 역력하다. 정치권은 밑 빠진 독을 땜질하지 않고 불똥이 자신들에게 튀는 걸 막는데 급급해 하고 있는 모양새다.

말 그대로 '네탓'공방이 점입가경이다. 민주당 등 야당의 국정조사 요구와 관련, 여당은 '선(先) 정부 조치-후(後) 국정조사 검토' 카드로 맞서며 전형적인 '물타기 정치공세'로 규정하고 있다.

성난 농심을 정치적인 잣대로 폄하해서는 안될 일이다. 정치는 국민을 잘 살게 하고 편안하게 하는 게 기본이다. 국민에게 울화병을 그만 심어줘야 한다. 언제까지나 정치집단의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게 못마땅하다. 국민이 정치를 걱정하는 일은 더 이상 없어야 한다.

국회의원이 이제라도 존경받는 직업으로 자리매김한다면 국민들은 얼마나 자랑스러운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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