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지촌 여성' 이야기에 귀 기울이다
'기지촌 여성' 이야기에 귀 기울이다
  • 김금란 기자
  • 승인 2008.09.17 22: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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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여성발전센터, 23일 다큐멘터리 영화 '마마상' 상영
한·미 동맹에 따라 미군 남성들을 위한 공창의 역할을 하는 기지촌. 지난 2005년 대표적인 기지촌으로 알려진 경기도 송탄의 여름은 미군 철수와 군비 축소를 통해 비정규직 노동자의 문제를 해결하라는 시위대의 목소리로 뜨거웠다.

노동자, 매매춘 여성 등 소위 마이너리그 인생을 사는 그들 속에 성매매로 젊은 시절을 보낸 양희 이모도 있었다.

마마상 양희 이모의 일상을 통해 성매매 여성들의 눈과 귀를 통해 전해지는 기지촌 보고서이자 한국 사회의 자화상을 엿볼 수 있는 다큐멘터리 영화 '마마상, Remember Me This Way'(김일란·조혜영 공동연출)이 오는 23일 오후 2시 충북도 여성발전센터 대강당에서 상영된다.

성매매방지법 시행 4주년 기념식이 열리는 이날 공식 행사로 상영될 이 작품은 '성적소수문화환경을 위한 모임 연분홍치마'가 제작했다.

공동연출을 맡았던 김일란·조혜영씨는, 미군기지였던 송탄에서 성매매로 청춘을 보냈던 주인공을 통해 성매매 여성의 실상과 사회적 문제의식을 제기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마마상'은, 클럽에서 잡일을 하며 미군들과 매춘여성들의 중간에서 그들의 대화를 돕는 역할을 하는 사람을 일컫는다.

이 영화에서 주목할 점은 제작사의 기획의도다. 즉 성매매여성에 대한 편견을 버리고 성매매 문제를 비판적으로 인식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기획의도가 깨지고 변화해 나가는 과정을 가감 없이 6mm 카메라에 담아냈다.

비교적 다큐멘터리의 정공법에 충실하게 찍힌 다소 지루한 이 영화에서 가장 흥미로운 것은 바로 '제작진의 변화'다.

그런 변화는 바로 양희 이모와 또 다른 성매매 여성들을 만나는 과정, 그들과 제작진의 관계가 형성되는 과정에서 발생한다. '마마상'은 다큐멘터리의 진정성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양갈보'라는 놀림을 받으면서도 "너희는 이 양갈보 때문에 학교에 다니고 이렇게 살 수 있는 거야", "송탄이 이렇게 살게 된 것도 모두 양갈보 덕분이잖아"라고 말을 이어가는 양희 이모의 숨김없는 이야기는 진실이지만 진실이 아니기를 거부하는즉 아물었지만, 흉터를 남기는 상처와도 같다.

이 영화는 성매매 문제에 대한 어떤 해결책이 아니라 '왜 그들은 성매매 여성들의 이야기를 온전히 들을 수 없었나'에 대한 메시지를 전한다.

지난 2005년 열린 제7회 서울 여성영화제에서 여성신문상을 수상했다. 상영시간은 6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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