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으로 읽는 문화유산
빛으로 읽는 문화유산
  • 김경애 충북도문화재연구원 유물관리팀 연구원
  • 승인 2024.05.26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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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의 문화유산 이야기
김경애 충북도문화재연구원 유물관리팀 연구원
김경애 충북도문화재연구원 유물관리팀 연구원

 

누구나 병원을 찾아 의사 선생님을 만나거나 건강검진을 받을 때 X선 검사를 받아본 경험이 한 번쯤은 있을 것이다.

우리가 병원에서 받는 검사와 마찬가지로, 문화유산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병들고 손상되기 때문에 다양한 분석과 검사를 통해 진단하고 치료하는 보존처리 과정을 거치게 된다.

그렇다면 문화유산은 어떤 방법으로 진단할까?

우리가 지켜나가야 할 소중한 문화유산은 기본적으로 원형유지가 원칙이기 때문에 인위적인 파괴를 통한 분석은 할 수 없다.

따라서 문화유산 분석은 주로 비파괴 조사로 진행하는데, 이 비파괴 조사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빛'이라고 할 수 있다.

인간이 생활할 수 있게 하는 필수적인 요소인 빛은 문화유산의 숨겨진 모습을 밝혀주는 빛이기도 하다.

우리 눈에 보이는 빛은 유물의 형태와 색상을 알 수 있게 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적외선, 자외선, X선은 문화유산의 비밀을 밝혀주는 빛으로 문화유산이 품고 있는 정보를 알려주는 역할을 한다.

사람의 뼈에 균열이 있거나 건강검진 시 판독하는 용도로도 쓰이는 X선은 문화유산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X선은 다른 빛에 비해 파장이 훨씬 짧아 물체 투과력이 강한 성질을 가지고 있어 물질의 종류나 두께에 따라서 투과력이 달라진다. 이런 X선의 특징을 통해 다양한 재질의 유물이 어떻게 어떤 방법으로 만들어졌는지, 유물의 성분이 무엇인지 분석할 수 있다.

적외선도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세계를 넓혀주는 빛이다.

적외선은 파장이 길기 때문에 공기 중에서 흩어짐이 적고 표면층을 투과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고대 유적에서 출토된 목간에 쓰여진 글씨는 오랜 시간이 지나면 지워져 보이지 않는데, 적외선 조사를 통하면 나무의 표면 속에 스며있던 먹을 인식해 글씨를 판독해 낼 수 있다.

또한 적외선 조사 방법은 서화의 숨겨진 밑그림 흔적을 확인하는데도 효과적이다.

이처럼 빛을 이용한 분석은 문화유산의 보존 상태를 파악하고 제작기법을 밝히는 조사 방법으로 자주 사용된다.

하지만 해당 장치가 고가이고, 소요 비용도 또한 만만치 않아 일부 국가기관이나 대형 보존관리기관에서 일부 유산에 한정하여 사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선조들이 물려준 소중한 우리의 문화유산은 한번 훼손되면 다시는 원형을 되찾을 수 없다.

우리 지역의 문화유산을 제대로 보존하고 숨겨진 가치를 찾아내기 위해서는 지역 문화유산 연구 및 보존에도 이러한 과학적 방법이 널리 활용될 필요가 있다.

객관적인 과학적 조사는 문화유산의 손상도를 규정할 수 있어 정기적인 모니터링 시 문화유산 상태에 대한 기준을 제시할 수 있다.

또한 과학적인 데이터의 축적은 문화유산의 변동사항을 비교하여 기록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러한 과학적 방법은 비용과 기술적인 문제로 현장에서 도입이 어렵다는 단점도 있다.

하지만 육안 관찰에 의한 조사는 조사자의 주관이 반영될 수 있어 객관화된 데이터를 통한 문화유산의 보존관리는 꼭 필요한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보이지 않는 빛의 세계에서 파생된 기술은 우리의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며, 미래를 준비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4차 산업혁명으로 다양한 기술이 도래하는 이 시점에서 다양한 과학적 분석방법이 우리 지역의 문화유산을 연구하고 보존하는데 적극적으로 도입되어 활용될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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