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용 교육감께서 가진 교육관
이기용 교육감께서 가진 교육관
  • 충청타임즈
  • 승인 2008.06.09 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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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김 승 환 <충북대교수>

이기용 교육감께서는 여러 면에서 교육자의 귀감이 되고 계시다. 특히 훌륭한 인품은 인구(人口)에 회자되고 있는 바와 같다. 이 글을 쓰는 필자 또한 교육감께서 보여주신 훌륭한 덕성과 고결한 인품을 존경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깊은 우려를 지울 수 없다. 그것은 바로 교육감께서 보여준 교육관 때문이다. 교육감께서는 '사람이 희망입니다. 교육이 미래입니다'가 당신의 교육철학이라고 밝힌 바 있다. 또한 2007년 12월 교육감으로 재선되었을 때 "충북교육발전을 위해 새롭게 구상한 실력충북·학력최고를 위해 첫째 학력 두배, 사교육비 절반"을 목표로 하겠다는 충북교육의 미래를 밝혔다.

교육감께서 중점을 두겠다는 실력과 학력은 모두 경쟁에서 이기는 것을 목표로 한다. 모든 학생들의 실력과 학력이 오르더라도 결국 경쟁에 의해서 서열이 결정되는 상황이므로 교육감의 이 정책은 학생들에게 싸워서 이겨야 한다는 식의 독전(督戰)을 하는 것이다. 따라서 교육감의 교육관은 이기는 학생, 능력있는 학생, 좋은 학교를 다니는 사람을 우선하겠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상대적으로 실력과 학력이 떨어지는 학생은 무엇이 되어야 하는가 그저 승자의 축제에 패배자로 눈물을 흘리는 가여운 존재가 되란 말인가! 그렇다면 교육감께서는 갈등과 고뇌가 없이 학생들을 경쟁과 전투로 내모는 것이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성공하라는 것이며 그것이 충북을 위하는 것이라는 우승열패, 약육강식(弱肉强食)의 세계관을 가진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런 세계관을 바탕으로 미국산 쇠고기 안전성 홍보를 지시한 것이나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 시행에 적극적이지 않은 것은 모두 성적전투(成績戰鬪)에서 이기는 것에만 초점이 맞추어져 있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이다.

교육감께서는 자녀의 실력과 학력은 부모의 경제자본과 문화자본에 의해서 결정된다는 것을 잘 알고 계실 것이다. 프랑스의 철학자 부르디외(Bourdieu)는 부모와 자식간의 신분상속을 차단하는 것이 인간사회를 밝고 건강하게 만드는 지름길이라고 선언한 바 있다. 이런 교육정의와는 정반대로 교육자치의 수장(首長)께서 경쟁에서 이겨 승자와 부자가 되라는 식의 세계관을 가졌다는 것은 참으로 딱한 일이다.

무척 송구스러우나 교육감께 고언(苦言)을 드리게 된 이유는 논란이 되고 있는 학교자율화라는 정책 때문이다. 최근 교육감께서는 '상위법이나 상위기관의 지시에 따르면서 자율화를 추진하고 교육자치를 실행하겠다'라고 밝혔다. 그렇다면 그것은 이명박 정부가 가진 신자유주의 정책, 더 정확하게 말하면 장사꾼 논리를 교육에 그대로 적용하겠는 것이다. 이 신자유주의 교육정책은 부자와 상류계층의 자녀가 좋은 교육을 받을 가능성을 그대로 인정하자는 것이다. 아울러 사교육비가 천정부지로 솟는 것을 방치하는 것이다. 그런 자율화라면 그것은 거꾸로 황폐화라고 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고입연합고사의 부활이나 0교시 수업 용인 등 학교자율화 정책은 교육감께서 피비린내 나는 전쟁터의 독전대 사령관(司令官)이 되겠다는 선언이다.

학교자율화라는 것이 결국 부자, 강자, 지배계층에 유리하고 서민과 다중들에게 불리하다는 것은 하늘이 알고 땅이 알고 지나가는 우마(牛馬)도 다 안다. 또한 교육자율화란 자본의 독재를 의미하는 것이고 돈에 의하여 특히 부모의 경제적 능력에 의하여 한 학생의 인생이 결정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교육감께서는 아스팔트에 앉아서 눈물을 흘리는 장애인 약자 패자의 심정이 되어 본 적이 없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지난 6월3일, 민용순 충북장애인학부모대표가 교육청 정문에서 충북교육청을 향해 던진 피눈물 나는 절규를 들었어야 한다. '장애인 차별의 서러움에 울고 자식이 불쌍하여 애간장이 다 녹는 처절함을 이기용 교육감은 아느냐 장애인, 패배한 사람, 돈이 없는 사람, 약자, 소수자, 공부 못하는 사람도 사람답게 살 수 있도록 해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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