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9단' 면모 빛난 역전극
'정치 9단' 면모 빛난 역전극
  • 권혁두 기자
  • 승인 2008.04.10 01: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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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부 3군 이용희 당선자 5선 위업 달성
공천 탈락·용퇴 압박 극복…조직력 승리

'정치 9단'이라는 그의 진면목이 유감없이 드러난 한판 승부였다.

80을 목전에 둔 고령, 소속정당의 공천배제, 갈라지는 텃밭 등 첩첩이 쌓인 악재들을 극복하고 5선 고지를 정복한 보은·옥천·영동선거구 이용희 당선자(77).

지난 3월 통합민주당 공천에서 탈락한 이 후보는 그야말로 사면초가에 빠진 형세였다. 우선 최고령 국회의원이었던 그에게 이제는 후진을 위해 용퇴해야 할 때가 왔다는 여론이 몰려들었다. 자신을 밀어내고 통합민주당 공천을 따낸 김서용 후보가 하필이면 동향이어서 텃밭인 옥천을 분할해야 하는 상황도 결정타로 다가왔다.

그러나 지난 지방선거에서 소속정당 단체장 3명을 모두 당선시키며 지역구에 아성을 구축한 이 후보는 은퇴 대신 자유선진당으로 말을 바꿔타는 승부수를 띄웠다.

이회창 총재가 직접 영동까지 내려와 구애하는 모양새를 연출하고, 민주당을 동반 탈당한 3군의 단체장을 대동한 그는 '나는 원래 보수였다'는 화두와 함께 요란한 입당식을 치르며 세를 과시했다.

그러나 단체장들이 동참한 당적변경에는 역풍도 뒤따라 선거 초반 각종 여론조사들은 비관적 전망을 쏟아냈다. 불리할 수밖에 없는 객관적 구도에 여론 조사까지 외면하는 상황을 반전시킨 것은 그가 그동안 탄탄하게 구축하고 관리해온 조직이었다. 지난 선거에서 옥천에 뺏긴 의원직을 되찾아야 한다는 바람이 강하게 불었던 한나라당 심규철 후보의 본방인 영동에서조차 30% 가까이 득표하는 저력을 보였고, 승부처인 보은에서도 초반 흔들리던 지지기반을 추스려 우위를 점하는 데 성공했다. 옥천에서 김서용 후보를 찍으면 영동에서 당선자가 난다는 소지역주의 논리가 막판에 먹혀든 것도 그에게 표를 보탰다.

"그동안 한 일보다 해야할 일이 많다"며 불리한 비판과 여론을 돌파해 온 이 당선자가 패기만만한 40대와 50대 후보들을 제치고 70대 노장을 선택한 유권자들에게 어떻게 보답할 지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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