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자르와 알코르 따라하기
미자르와 알코르 따라하기
  • 충청타임즈
  • 승인 2008.04.04 2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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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채화의 문학칼럼
10년만에 정권교체가 여야 사이에 이루어졌다. 진보적인 권력 집단이 보수 세력에게 무릎을 꿇었다. 그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우리 사회의 구성원들이 경제적 격차에 대하여 가지고 있는 강한 불만도 한 몫을 하지 않았을까 한다. 최근의 조사 결과에 경제적 격차에 대한 우리 국민의 불만도가 86%로 아주 높은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이러한 시점에 IMF 때의 경제 위기상황을 배경으로 한 박소연의 '9월 9일'(창작과 비평. 2007년 겨울호)이 발표됐다. 이 소설에서는 중심인물인 인혜와 그녀를 둘러싸고 있는 주변인물이 짙은 어둠 속에서 나아갈 길을 찾지 못한다. 물론 어둠이 있으면 그 끝에 밝음이 있다. '9월 9일'에서는 별이 그런 역을 맡고 있다. 명도가 그리 높지 않아도 사람들이 북극성을 찾는 까닭은 바로 북극성이 길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인혜는 전기요금이 밀려 이레째 전기가 끊겨 일회용 건전지로 지낸다. 가로등 불빛에 의지해 이부자리를 깔고 병우를 눕혔다. 인혜의 삶은 이렇듯이 어둠의 중심에 있다. 어려운 사정은 인혜의 주변 인물들도 마찬가지다. 서울과 지방을 오가며 시간 강사를 하던 인혜의 남편 지훈은 친구의 권유로 벤처를 창업했다. 그리고 코스닥 시장이 무너지면서 인혜네 살림도 무너졌다. 시아버지는 아들을 찾아 노숙자들이 많은 곳을 찾아다니며 덩달아 노숙자가 되었고 시어머니 역시 빚에 몰려 가사 도우미를 하고 있었다.

가정은 완전히 해체되었으며 인혜만이 그 상처를 끌어안고 있다. 그런데 인혜의 진짜 아픔은 그러한 어둠의 끝이 보이지 않는다는 데에 있다.

"낙타가 긴 사막을 여행할 수 있는 건 백리 밖 오아시스 냄새를 맡을 수 있어서라고 아 버지가 말한 적이 있었다. 그래서 몸속 수분을 절반 가까이 잃고도 견딜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아버지가 맡았던 백리 밖 오아시스를 인혜는 꿈꿀 수조차 없었다"는 인혜의 자조적인 넋두리는 어둠의 농도뿐만 아니라 어둠의 끝을 볼 수 없다는 절망적인 표현과 다르지 않다.

'9월 9일'이 안고 있는 또 하나의 아픔은 끊김과 이어짐을 반복하는 인혜의 취재 테이프에 있다. 이는 사건을 흩어놓음으로써 얻어지는 효과와 비슷하다. 이런 긴장 속에 서술자는 이선생의 입을 통해서 자신의 말을 한다. 즉 음력 9월 9일이면 농협 식품 매장에 제사떡이 일찍 동나는 걸 보면 이날 제사지내는 집이 적지 않은 걸로 추정된다는 것이다.

우리 사회에는 어떤 이유에서든지 가정 해체의 아픔을 겪는 사람이 적지 않다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행방을 알 수 없어 9월 9일에 제사를 지내는 사람이 적지 않음에도 그들의 행방에 대하여 우리 사회의 구성원들은 관심을 갖지 않는다. 인혜는 이러한 사회 구성원들의 불신에 대하여 화가 난다. 병에 찔려 발에 피가 나는 인혜의 발은 이러한 아픔의 은유(隱喩)일 터이다.

그러나 해체된 가정의 중심에 있는 인혜는 남편의 이메일 주소로 편지를 썼다. 천문대에서 북두칠성의 손잡이 두 번째 별 미자르와 그 옆에 붙어있는 작은 별 알코르에 대한 이야기를 썼다. 가까이 있어 하나로 보였지만 두 개의 별. 보이지 않지만 함께 가고 있는 두 별 이야기를 했다. 미자르와 알코르를 따라 겉으로 보이지 않지만 함께 가기를 나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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