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돌이에 꼬리잡힌 금융사기단
호돌이에 꼬리잡힌 금융사기단
  • 송용완 기자
  • 승인 2008.03.06 23: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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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주경찰서장에 전화요금 연체 납부 안내 전화
보이스피싱 감지 3시간여만에 중국인 2명 검거

현직 경찰서장의 기지로 중국인 보이스피싱 사기단 일당이 쇠고랑을 찼다.

지난달 28일 오후 3시쯤 박관배(58) 전북 무주경찰서장실에 한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상대는 ARS 안내를 통해 "귀하의 KT 전화요금이 62만8000원 연체됐으니 즉시 납부해 달라"고 요구했다. "연체사실이 없다"고 하니 "귀하의 명의가 도용돼 피해가 예상된다. 금융감독원에서 전화가 걸려올 것이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순간적으로 보이스피싱임을 감지한 박 서장은 전화를 끊고 양해극 수사과장(43)을 불렀다. 육성으로 직접 다시 전화를 한 상대는 금감원 직원을 사칭하면서 "명의도용으로 인한 피해를 막아야 하니 가까운 현금인출기에 가서 시키는대로 따라하라"고 말했다.

양 수사과장은 범인과 통화를 계속하면서 번호를 누르며 은행계좌로 의심되는 번호를 메모했다.

범인들은 상대가 시키는대로 번호를 누르면 자동으로 계좌이체가 되는 수법을 썼으나 양 과장이 갖고 간 계좌는 현금이 없는 빈 계좌였다.

곧 경찰서로 돌아온 양 과장은 해당 은행계좌에서 돈이 인출되면 전국 경찰망에 바로 범행통지가 되도록 계좌를 수배했다. 이후 3시간 뒤인 오후 6시쯤 충남 천안 성거·입장파출소 전산망에 인근 농협과 마을금고에서 범행계좌가 인출됐다는 기록이 떴다. 즉시 출동한 경찰은 달아난 범인들을 추적, 30여분간 격투끝에 붙잡았다.

범인들은 중국인 밀입국자인 임모씨(33)와 불법체류자 진모씨(34)등 2명. 이들은 범행계좌에서 다른 피해자들이 입금한 돈 1700여만원을 인출하다 덜미를 잡혔다.

성거·입장파출소 구자종 경위는 "범인들이 호랑이굴에 전화를 했다가 붙잡힌 셈"이라며 "상부조직이 있을 것으로 판단돼 수사를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북 무주경찰서는 이들에 대해 5일 전화금융사기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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