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우인(送友人)
송우인(送友人)
  • 충청타임즈
  • 승인 2008.02.22 2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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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채화의 문학칼럼
한 채 화 <문학평론가>

사람마다 경험하는 내용이 다르고 사물이나 사람에 대한 느낌도 각자 같을 수 없다. 또한 같은 사람이 같은 사물을 대하더라도 때와 장소와 분위기에 따라서 그 느낌이 다르다. 그래서 같은 장소를 여행하더라고 무엇을 보았는지 혹은 어떤 느낌을 받았는지는 각자 다르지 않은가.

초등학교 시절 여선생님은 느티나무 아래에 우리들을 모아놓고 베트남전에 참전하는 우리 군인들을 찬양하는 노래를 가르치셨다. 맹호부대 노래도 그렇게 배웠고, 백마부대 노래도 그렇게 배웠다. 청룡부대도 있었고 십자성부대도 있었음을 그때 알았다. 나보다 여섯 살이 위인 내 형도 내가 고등학교에 다닐 무렵 부모님의 가슴을 후벼파면서 월남으로 가는 배에 올랐던 것이다. 그 당시에는 월남에 간 자식이 무사히 돌아오면 시골의 땅 몇 마지기를 사는 것이고, 잘못되면 그 땅값으로 자식의 목숨을 바꾸는 힘겨운 일이 벌어졌다.

그런 베트남전이 끝나자 패전한 월남인들은 작은 보트에 몸을 싣고 고국을 떠나 강대국으로 강대국으로 찾아갔다. 일명 보트 피플이라 불리던 그들의 살겠다는 의지는 강했으나 높은 파도에 나뭇잎 같은 배로는 견디기 어려운 노릇이었을 것이고, 게다가 흔쾌히 받아주는 나라 또한 없었으니 나라 잃은 설움이 컸을 것이다.

한동안 잊혀졌던 베트남은 많은 베트남 여인들이 우리나라의 며느리가 되면서 사돈국가로 다가왔다. 그러나 바꿔서 생각해 보면 베트남 며느리들은 사랑하는 가족과 헤어져 먼 타국으로 온 것이니 그 또한 헤어지는 아픔이 있지 않겠는가.

이별의 아쉬움을 표현한 이태백의 시 한 수를 보자.

靑山橫北郭 푸른 산은 마을 북쪽에 길게 누웠고

白水遼東城 맑은 강물 성곽 동쪽을 돌아 흐르네

此地一爲別 이곳을 이별코 홀연히 떠나가면

孤峰萬里情 다북쑥 딩굴 듯 만리길 떠돌거든

浮雲遊子意 뜬구름 따라 나그네 심정 사무치고

洛日故人情 지는 해 따라 석별의 정 애달프리

揮手自玆去 손 저으며 이곳을 떠나는 그대

蕭蕭班馬鳴 말마저 걸음 멈칫 서글피 우네

실제의 인물이나 환경이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았어도 벗과의 이별이 산뜻하고 리얼하게 그려진 작품이다. 특히나 제1구와 2구는 한 폭의 그림에 담겨진 마음을 눈앞에 보는 듯 그려내고 있다. 대구(對句)의 묘미 또한 뛰어나다. 이렇듯 아름다운 마을을 버리고 떠나면 그대는 바로 바람에 뒹구는 다북쑥 모양 만리 길 헤맬 나그네 신세가 된다. 뜬 구름이나 석양 앞에 가는 임이나 보내는 자의 안타까움이 드러난다. 두고두고 그 아쉬움이 떠오를 것이다. 떠나는 말에게도 감정이 이입되어 울면서 내키지 않는 걸음을 옮긴다.

베트남에서 오는 여자들이 있듯이 베트남으로 가는 사람들도 적지 않을 것이니 그들이 타고 오갈 비행기는 눈물에 젖어 하늘로 솟아오르지 못할까

나에게 베트남은 이별로 각인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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