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광풍에 사교육비만 증가"
"영어 광풍에 사교육비만 증가"
  • 김금란 기자
  • 승인 2008.02.12 23:2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새정부 영어교육 강화정책 각계각층 견해

편집자 주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것은 단연 영어교육정책이다.

국가경쟁력 운운하며 영어과목을 아예 영어로 진행하고 초등학교부터 조기영어교육을 실시하겠다는 인수위 발표가 있은 뒤 일선학교 교사, 학생, 학부모 모두 영어교육 추진 방향을 두고 대혼란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인수위가 발표한 향후 영어교육정책은 무엇이며, 영어교육 강화정책에 대한 학부모, 교원단체, 학생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견해를 들어봤다.

 

"영어교육의 틀을 바꾼다고 하는데 도대체 어떻게 공부해야 하나요"

대통령인수위가 영어교육 강화정책을 발표하면서 학생, 학부모, 교사들이 대혼란에 빠져 있다. 올해 중학교 2학년이 대학시험을 치르는 오는 2013년부터 수능시험에서 영어를 빼내 영어능력평가시험으로 대체하는가 하면 2012년 모든 학교에서 영어 수업을 영어로 진행해야 하는 등 영어교육정책이 180도 바뀐다. 현재 초등학생이나 중학생을 자녀로 둔 학부모들은 벌써부터 걱정이 앞선다.

주부 최승주씨(43·청주 흥덕구 복대동)는 "초등학교 4학년 딸 아이 교육비로 한 달에 4∼50만원을 지출하고 있어 가계 부담이 크다"며 "영어교육 강화도 좋지만 내 아이가 수업 진도를 따라 가려면 어떤 과외를 추가로 시켜야 하나 걱정이다"고 털어놨다.

◇ 어떻게 바뀌나

영어교육 정책은 크게 영어수업과 대입제도가 변화된다.영어 수업의 경우 오는 2010년부터 초등 3, 4학년과 중3, 고1을 대상으로 영어과목 수업을 영어로 진행하고 이를 단계적으로 확대해 오는 2012년부터 초등 3학년 이상 모든 학년에서 영어로 영어 수업을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또 2010년부터 초등 3, 4학년 영어수업 시간을 매주 1시간에서 3시간으로 늘리고 2011년부터 초등 5, 6학년까지 확대 적용한다. 대입제도의 경우 올해 중 2가 대입시험을 치르는 2013년부터 대학수학능력시엄에 포함돼 있는 외국어(영어) 영역을 영어능력평가시험으로 대체할 방침이다. 인수위는 우선 듣기와 읽기만 평가하고 2015년부터 말하기, 쓰기까지 4개 영역을 모두 평가하기로 했다. 읽기와 듣기는 등급제로 평가하고 말하기, 쓰기는 합격·불합격 방식을 적용한다는 것이다.

-영어교육 강화 정책에 대한 당신의 생각은.

△ 김병우(충북도교육위원회 위원)


교육을 정치적 논리로 이용하는 것으로 볼 수 밖에 없다. 국제화, 세계화를 외치면서도 기득권층이 지배 이데올로기라는 논리로 영어교육을 조장하고 있다. 하필 선거 시기에 맞춰 국민에게 불안감을 왜 조장하는 지 모르겠다. 영어 공용화는 우리 문화를 말살하는 정책이다. 영어 강화 방안은 분명 실효성에 대한 한계를 드러낼 것이다.

또한 영어 교육의 집중 투자로 인해 정보와 첨단산업 분야의 홀대로 이어져 국가 경쟁력을 저하시킬 수도 있다. 모국어가 아닌 제 2 외국어로 국가경쟁력을 확보한다는 것은 누가 봐도 웃기는 일이다. 영어공교육 강화로 영어 조기 교육은 실현할지 몰라도 영어포기자 또한 조기 발생한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

△ 김상렬(전교조 충북지부장)


영어를 못해서 국제경쟁력이 떨어졌다고 말하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

프랑스의 경우 영어 한마디 안해 후진국인가 필리핀이 영어를 100% 사용하지만 선진국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언어는 수단일 뿐이다. 교육을 수단으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 학교 교육이 지향할 목표는 가치관과 사고력을 심어주고 학문원리를 알려주는 것이다.

도구를 교육의 전부로 몰아가는 정책이 문제다. 평생에 한 번 외국을 나갈 일 없는 국민의 대다수가 왜 영어에 매달려야 하는지 의문이다. 영어교육 발표와 함께 서울 강남지역이 전세 대란을 겪고, 대형학원이 우후죽순 생기는 현실은 무엇을 뜻하는지. 영어교육은 필요하지만 세뇌시킬 필요는 없다고 본다.

△ 김남호(청주 동주초 5학년)

우리나라 글인 한글을 만드신 세종대왕이 통곡할 일이다. 방송을 통해 앞으로 영어로 수업을 하고 영어를 잘하면 군대 안가는 얘기도 들었다. 하지만 영어를 잘해야 훌륭한 사람이 되는 것은 아니다. 영어만 잘하면 되고 한국어는 소홀히 해도 되는 것이 의문이 간다. 우리가 영어를 배우는 것도 좋지만 외국인이 한국어를 배우도록 유도해도 되는 것 아닌가 지금도 중학교 2학년 과정을 학원에서 배우고 있지만 힘들다.


△ 권숙영(39·제일화재 청주콜센터 인터넷영업팀)

초등학교 4, 5학년 두 아이를 키우고 있는 주부다. 한 달 영어과외비로 40만원

정도 지출하는데 월급을 받으면 학원비 대기도 빠듯하다. 영어로 수업을 진행하면 부모들은 중학교 입학 전 회화를 할 정도로 아이를 교육시켜야 하나 걱정할 수 밖에 없다. 학교에서 배운 영어를 잊어버리지 않도록 하려면 부모도 아이에게 영어로 말해야 하는 것 아닌가 다음달부터 영어학원 등록을 해야 하나 걱정이다. 여유있는 집 아이들은 학원 1∼2곳 더 다닌 것이 문제가 되지 않지만 서민들은 걱정이 많은 게 현실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