껍데기 농사 … 절망뿐인 農心
껍데기 농사 … 절망뿐인 農心
  • 충청타임즈
  • 승인 2008.02.11 2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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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합 20kg 1만2950원 등 비료값 30∼40% 폭등
"농산물값은 그대로…" 농민들 "못살겠다" 아우성

곳곳 농진청 폐지 현수막… 고향길 '살풍경' 씁쓸

'농민=찬밥' 인식 팽배… 코앞 4·9 총선도 무관심

"불만이 말도 못하죠. 고추 값은 30년 전이나 지금이나 마찬가진데 비료값을 한꺼번에 30∼40%씩 올리면 뭘 먹고 살라는 건지."

무자년 설 연휴 고향을 찾아 농촌을 다녀온 이들은 턱없이 치솟은 비료값에 대한 농민들의 탄식을 한두번씩 경험해야 했다.

귀성길 도로변이며 면 소재지에 어김없이 나붙은 '농촌진흥청 폐지 반대' 현수막 역시 이번 연휴를 상징하는 '살풍경'이었다.

농협과 농자재 판매업소들에 따르면 지난해말 9850원이었던 20kg 들이 복합비료 한포대가 1만2950원, 요소비료는 9750원에서 1만2400원, 유안비료는 3600원에서 4450원으로 각각 올랐다. 또 염화가리는 7850원에서 9400원으로 인상되는 등 올 들어 평균 30∼40%가 올랐다. 2005년 7월 정부보조금이 폐지된 이후 농협중앙회가 최근 3년 동안 비료값을 100% 가량 올리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농약값은 아직까지 지난해 수준이지만 기름값 인상으로 비닐값 등 각종 농자재 인상이 뻔한 상황이어서 농민들의 불만이 이만저만한 게 아니다.

증평군 대풍농약사 대표 A씨는 "고추씨 파종을 앞두고 찾는 손님이 늘고 있으나 비료, 비닐 값이 크게 올라 '못살겠다'는 말부터 꺼낸 후 흥정을 하곤 한다"며 "지난해 팔다 남아 값이 싼 비닐은 단골에게만 팔고 있다"고 귀띔했다.

전모씨(54·제천시 덕산면 선고1리 이장)는 "특용작물 재배 등 웬만큼 돈이 됐던 일도 여차하면 투자비를 못 건지기 십상이 됐다"며 "영농비 비중이 가장 큰 비료 값이 40%나 올랐으니 이젠 그만 하라는 거나 마찬가지"라며 목청을 높였다.

코앞에 닥친 총선 탓에 정당 예비후보들의 명함이며 홍보물이 곳곳에 눈에 띄여 정치 얘기가 나돌 법하고, 새정부에 대한 기대감도 있을 법한데 농촌 분위기는 그렇지 않은 듯 했다.

N씨(65·괴산군 칠성면 사은리)는 "정부나 정치인들이 대책을 마련하면 좋겠지만 해마다 인상된 값을 고스란히 부담할 수밖에 없어 손해안볼 정도로 하는 도리밖에 없다"며 "정부 정책, 총선에 대한 기대감은 접은지 오래"라고 말했다.

J씨(47·괴산군 소수면)는 "쌀이다, 비료다 북한에 다 퍼주고 농민들이 고스란히 부담하는 것 아니냐는 불만마저 팽배하다"며 "농산물값도 함께 올라야 하는데 그렇지 않아 허탈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새정부 출범에 앞서 발표된 농촌진흥청 폐지 방침은 '농민=찬밥'이라는 인식을 심화시킨 듯 했다.

전모씨(54·제천시 덕산면)는 "겨울철이면 받던 영농교육, 기술교육도 어렵게 된 듯하다"며 "농민 힘이 워낙 약하다 보니 찬밥 취급을 하는 것이고 무방비 상태로 당할 수밖에 없지 않냐"고 반문했다.

인근 마을 이모씨는 "농진청 역할이 전보다 약해져 폐지방침에 대한 의견이 엇갈릴 수 있지만 문제는 농산물값이 오르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볼멘소리를 냈다.

괴산군의 한 단위농협 관계자는 "본격적인 농번기인 4∼5월에는 비료와 농약값이 더 오를 것 같다"며 "정부 정책이어서 어쩔 수 없는 형편"이라고 밝혔다.

신용범 전국농민회총연맹 충북도연맹 사무처장은 "화학비료 없이 농작물을 재배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값이 큰 폭으로 올라 수익을 내기 점점 어려워졌다"며 "정부 차원의 보조금 지원과 농자재값 동결 요구 등 대책을 추진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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