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연휴, 우린 해외로 간다
긴∼ 연휴, 우린 해외로 간다
  • 석재동 기자
  • 승인 2008.02.05 22: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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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등 항공기 증편 불구 예약률 60∼90%대
차례도 대행업체가 준비-콘도·스키장 등서 지내
"산소 찾기 번거롭다" 조상님 납골당에 모시기도

설날을 대표하는 단어인 '고향' '세배' '설빔' '떡국' 등이 명절을 휴일로 인식하는 세태에 밀려 의미가 퇴색되고 있다. 또 생활문화의 발전에 따라 새로운 개념의 설 풍속도도 빠르게 자리잡아 가고 있다.

4일 한국공항공사 청주지사에 따르면 하루 한차례 청주∼홍콩노선을 운항하는 홍공항공의 경우 6∼10일까지의 설 연휴기간 예약률이 99%에 이르고 있다. 특히 설날인 7일에는 2편의 항공기가 증편됐지만 이 마저도 예약이 끝난 상태다. 청주∼중국 상하이(上海) 노선을 운항하는 동방항공도 8일에 떠나는 항공편에 대한 예약이 이미 만료된 것을 비롯해 예약률이 74% 안팎을 기록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의 청주∼베이징(北京) 노선도 정확한 집계는 나오지 않았으나 90% 이상의 예약률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청주∼심양노선도 61%의 높은 예약률을 보이고 있다.

하루 12편의 항공기가 왕복하는 청주∼제주노선도 66% 안팎의 비교적 높은 예약률을 기록하고 있다.

청주지역 한 여행사 관계자는 "설 연휴 기간 해외여행을 가려는 고객들은 이미 2∼3개월 전에 예약을 마친 상태"라며 "요즘은 하루에 수십건 정도의 문의가 들어오지만 항공편 예약이 상당부분 끝난 상태라 포기하는 고객들이 많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겨울스포츠인 스키의 매력에 빠져 설날을 스키장에서 보내는 가족도 상당수에 이르고 있다.

충주 수안보에 위치한 충북도내 유일의 스키장인 사조리조트도 설 연휴기간 동안의 예약이 이미 끝난 상태다. 사조리조트에 따르면 이 기간에 50개 객실을 갖춘 콘도의 예약이 완료됐으며 1개 객실을 평균 6명 안팎의 고객이 이용하는 것에 미뤄 설 명절을 스키장에서 보내는 인파는 하루평균 300명에 달한다. 사조리조트 인근의 숙박시설 이용고객과 차량을 이용한 당일치기 고객을 고려하면 수천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사조리조트 관계자는 "가족단위인 고객중 일부는 객실에서 차례를 지내기도 한다"며 "특히 차례를 지낸 후 스키장을 찾는 가족들도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성묘 등의 전통적인 설 풍속도 새로운 장묘문화 도입으로 새롭게 변화하고 있다. 산 꼭대기나 깊은 골짜기에 조상들의 묘가 있어 벌초를 가고 싶어도 밀림처럼 우거진 짙은 숲에 외진 길을 찾아 올라갈 엄두를 못내다 보니 '고얀 후손'이 된 현대인들이 고안해 낸 봉안당(속칭 납골당)에 조상을 모신 가족들은 성묘를 하기 위해 더 이상 산을 오르지 않는다. 대신 차량을 이용해 손쉽게 봉안당을 찾아 꽃다발을 놓는 정도로 성묘를 대신하고 있는 것이다.

죽어서도 자손들에게 기억되기 위해서는 심산유곡 명당보다는 납골당이나 수목장, 잔디묘소 같은 데 묻히는 게 나은 세상이 되어 가는 셈이다.

가족들이 한 자리에 모여앉아 오순도순 이야기꽃을 피우며 정성껏 음식을 만드는 차례상도 맞벌이 부부의 증가로 점차 줄어들고 있다.

재래시장이나 대형할인점 등에서 판매하는 제사음식으로 차례상을 차리는 며느리라면 그 나마 나은 편에 속한다.

최근에는 전화 한 통화나 인터넷 클릭만으로 간단히 해결하는 '맞춤 차례상'을 주문하는 가정이 늘고 있다. 실제 차례상 대행업체에서 배달해주는 완전주문 차례상의 경우 보통 10인분 기준 음식가격이 20만원 안팎이다. 밥만 빼고 차례에 필요한 모든 음식은 물론 향과 양초까지 준비해 준다.

차례상 대행업체인 J유통 박모 대표(45·청주시 운천동) 는 "현재까지 차례상 주문은 10명 미만의 가정이 주를 이루고 있다"면서 "간혹 도내 스키장이나 콘도로 배달해 줄 수 있느냐는 주문이 들어와 고민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핵가족화의 확산으로 1년중 가족 전체가 모이기 어려운 현세태를 반영하듯, 설날 등 명절에 가족사진 찍기는 이미 새로운 명절 풍속도의 고전이 돼 버렸다.

올해 설 연휴 해외여행객이 20만여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공항 출국장이 여행객들로 북적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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