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지마 투자 직장인 '잠 못드는 밤'
묻지마 투자 직장인 '잠 못드는 밤'
  • 석재동 기자
  • 승인 2008.02.04 22: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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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해외펀드 뚝·뚝·뚝… 거침없는 하락
전문가 당분간 하락장세 … 개인투자자 피해 불가피

유모씨(39·청주시 상당구 내덕동·공무원)는 요즘 밤에 잠을 이루지 못한다.

코스피지수 2000을 향해 질주하던 지난해 7월 '주식하면 돈 번다'는 주위의 소리에 솔깃해 적금 600만원과 부모님으로부터 빌린 600만원 등 1200만원으로 시작한 주식투자가 올들어 불어닥친 급락장을 맞아 50% 가까이 손실을 입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돈을 빌려 더 큰 투자에 나서는 바람에 현재는 총 4000만원의 투자 중 2000만원 가량을 허공에 날려 버렸다. 이 기간 2000포인트를 넘나들던 코스피지수는 지난 1일 현재 1634포인트까지 밀린 상태다.

이에따라 유씨는 요즘 상사의 눈치를 피해 보던 주식거래시스템(HTS)을 아예 쳐다보지도 않고 퇴근 후면 술부터 찾기 일쑤다.

유씨는 "지난해 주식을 시작할 때만 해도 직장동료들이 만나기만 하면 얼마를 벌었네 하는 소리였지만 이제는 한숨소리만 여기저기서 터져나오고 있다"며 "주식투자를 권유한 주변 지인들을 잠시 원망하기도 하지만 이내 소용없다는 것을 깨닫고 쓰라린 가슴만 달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불어닥친 해외펀드 바람을 타고 중국펀드에 가입해 60% 안팎의 고수익률 속에 짭짤한 수익을 올렸던 김모씨(51·청주시 수곡동·공무원)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묻지마 펀드투자' 논란까지 불러일으켰던 이 펀드가 올들어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발 신용경색 우려로 전세계 증시가 출렁거리면서 수익률이 큰 폭으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올들어 이 펀드의 수익률은 -15∼20%대의 손실을 기록중이다.

김씨는 "지난해 직장동료들 사이에서 펀드에 가입하지 않으면 시대에 뒤떨어진 '촌놈' 취급을 받을 정도였다"면서 "하지만 올들어 수익률이 큰 폭으로 떨어지면서 수익률이 언제쯤 반등할 것인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는 실정"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증시의 불안감이 해소되지 않아 외국인과 개인의 매도심리가 커지면서 반등세로 돌아서기 힘든 분위기가 형성되는 게 주가하락의 큰 요인"이라며 "빚까지 내서 뛰어든 개인들은 상당한 피해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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