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태구 태안군수의 눈물
진태구 태안군수의 눈물
  • 이수홍 기자
  • 승인 2008.01.21 21: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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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태안앞바다에 기름 재앙이 덮친지 48일째인 지난 18일.

진태구 태안군수가 끝내 울음을 터뜨렸다.

태안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고 정부와 삼성을 규탄위기 위한 대규모 집회 중에 단상으로 뛰어 올라 농약을 마신 채로 온몸에 시너를 뿌리고 불을 붙여 자살을 기도한 50대 주민이 응급치료를 받고 있는 태안의료원 응급실.

소식을 듣고 한걸음에 병원에 도착한 진 군수는 말문이 막혔다.

얼굴 등 온몸에 화상을 입은 채로 농약을 마셔 고통스러워 하는 모습을 지켜보던 진 군수는 더 이상 울음을 참지 못했다. 수행비서가 "누가 봅니다, 군수님"하자 "이마당에 뭔 체면인가 이 사람아…" 진 군수는 흐르는 눈물을 주체하지 못했다. "얼마나 괴로웠으면 저 지경이냐"며 "고통스러워 하는 모습을 지켜 볼 수가 없는데 본인은 얼마나 고통스럽겠느냐"고 참담한 심정을 토로했다. 평정심을 찾은 진 군수는 "나도 피해 현장을 하루 수십번씩 오가면서 주민들의 참담한 고통을 느낄 때마다 앞이 캄캄할 때가 한 두 번이 아니다"며 "그럴때마다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 한다는 각오로 지금까지 버티고 있다"고 고뇌를 토로.

며칠 전 현장에 나갔을 때 일부 주민들이 끼니가 없어 컵라면을 훔쳐가는 사례도 있다는 보고를 받고 깜짝 놀랐다고 했다.

그러면서 내가 군수짓()을 잘못하고 있다는 죄책감에 마음이 무겁다고도 했다.

그래서 예비비를 풀어 급하게 최소한의 생계비 지원 차원의 쌀을 나누어 주도록 했다고 밝혔다.

진 군수는 "더이상 희망을 버리거나 절망감에 빠져 목숨을 버리는 불행한 일이 있어서는 안된다"며 "대군민 호소문을 발표해야 겠다"는 말을 남기고 병원문을 나섰다.

병원문을 나서는 진군수의 양 어깨는 천근만근 태안 군민들의 고통스런 마음의 무게가 짓누르고 있었다. 그 후 1시간이 지난 오후 4시 "군민 여러분 우리 앞에 절망은 없습니다. 오로지 희망만이 있을 뿐 입니다. 힘찬 용기로 희망을 일구어 내야 할때"라는 대 군민 호소문을 발표하는 진 군수의 모습은 여전히 고통으로 짓눌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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