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으로 항변한 태안 어민
죽음으로 항변한 태안 어민
  • 이수홍 기자
  • 승인 2008.01.14 2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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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무허가 무신고 무면허 영세 어업으로 생계를 꾸려가던 태안군 소원면 이영권씨(65)가 배상을 받을 수 없다는 주변의 말만 믿고 현실을 비관, 지난 10일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12일 기자가 찾은 태안의료원 고인의 빈소는 머리에 띠를 두른 마을 주민 100여명만 썰렁한 빈소를 지키고 있었다.

조문객의 발길도 뜸했다. 동네 어민들을 빼고는 특별한(?) 조문객도 없었다.

주요 인사래야 충남도지사를 대신해 비서관이 다녀간 게 고작이었다.

진태구 태안군수만 매일 밤낮을 가리지 않고 이곳을 찾는다.

큰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의례적으로 있어 온 정부 관계자 등의 조문은 아직 없다.

다만 정치권에서는 민주신당 손학규 대표와 같은 당 피해조사위원회 정세균위원장, 민주노동당 심상정 의원, 그리고 지역구인 문석호 의원, 한나라당 홍문표 국회의원 등이 13일 조문을 했을 뿐이다. 장례는 14일 태안군민장(5일장)으로 치러진다.

선거법 저촉에도 불구, 진태구 태안군수는 군수직을 그만두는 한이 있더라도 본인이 위원장을 맡아 군민장으로 치르겠다고 고집하다가 주변의 만류로 뜻을 접었다.

삼일째 썰렁한 빈소를 지키던 진 군수는 "고인의 주검앞에 죄스럽다"며 아직 조문 의사를 밝히지 않는 정부에 대해 섭섭함을 감추지 않았다. 이날 유독 경찰만이 장례위원회 측이 정부와 국회, 삼성중공업 본사로 시신을 운구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유가족 대표를 설득하는 모습을 보였다.

돈없고 빽없는 어민의 죽음은 정부나 가해자인 삼성에 있어 이미 관심밖의 일로 치부돼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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