꺾일 줄 모르는 '보이스 피싱'…새해 벽두부터 기승
꺾일 줄 모르는 '보이스 피싱'…새해 벽두부터 기승
  • 충청타임즈
  • 승인 2008.01.06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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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A씨(32)는 지난 2일 오후 사무실에서 일을 하던 중 전화한통을 받았다. 발신자 표시가 000-000이라는 전화번호였다.

조선족 출신으로 여겨지는 여성이 어눌한 말투로 자신에게 "고객님의 B은행 계좌가 연체됐습니다. 확인을 원하시면 1번을 누르십시오"라고 말했던 것.

B은행 계좌가 없었던 A씨는 말로만 듣던 '보이스 피싱(Voice Phishing)'이라는 생각에 바로 전화를 끊었다.

2008년 무자년 새해부터 신종 전화금융사기 수법인 '보이스 피싱'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전화를 통해 개인정보를 낚아 올린다'는 뜻의 보이스 피싱은 피해자에게 전화를 걸어 공공기관, 금융기관, 수사기관 등을 사칭해 세금환급, 카드대금 연체, 출석요구 등을 빌미로 송금을 요구하거나 개인정보 및 금융정보를 탈취하는 수법이다.

지난해 보이스 피싱으로 인한 피해가 급증했지만 해가 바뀐다고 해서 피해가 줄어들 것이라는 생각은 오산이다. 경찰과 금융기관 등은 피해 확산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신종 수법이 계속해서 등장하고 있어 시민들의 마음을 더욱 불안하기만 하다.

◇전화금융사기 4235건·피해금액 399억원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2006년 6월부터 14개월 동안 전국적으로 총 4235건의 전화금융사기 사건이 발생했고, 피해 금액은 399억원이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별로는 경기도가 980건으로 가장 많았으며 서울이 965건, 부산이 477건, 인천 475건 등으로 대부분 수도권과 대도시에 사기전화가 집중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또 검거인원을 국적별로 보면 덜미가 잡힌 1449명 가운데 한국인이 894명, 중국인이 312명, 대만인이 231명, 기타 12명 등으로 조사됐다.

◇우체국 사칭 보이스 피싱도 기승

새해 지인이나 가족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표현하기 위해 감사의 선물이 많아지면서 최근 우체국을 사칭해 개인정보를 빼내는 사건도 전국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6일 정보통신부 우정사업본부에 따르면 불특정 고객에게 전화를 걸어 우체국을 사칭, 개인정보를 묻는 보이스 피싱 사기사건 피해사례가 전국 곳곳에서 접수되고 있는 것.

우체국을 사칭하는 ARS 전화 사례는 ▲택배가 도착했으니 전화번호 몇 번을 눌러라 ▲반송소포가 있으니 알려면 전화번호 몇 번을 눌러라 ▲신용카드번호를 알려 달라 등의 안내 멘트가 나온 후 9번을 누르면 안내하는 사람이 나와 집 주소, 전화번호 등 개인정보를 자세하게 물어본 다음 전화를 끊는다.

특히 이같은 요구에 잘못 응대하면 전화번호 등 개인정보가 유출돼 범죄에 이용되거나 부당한 전화요금이 청구될 수 있어 이러한 전화가 걸려오면 즉시 끊고 가까운 수사기관에 신고해야 피해를 막을 수 있다.

우정사업본부 관계자는 "우체국에서는 소포, 택배 등의 우편물 도착과 반송 예정을 ARS 전화로 안내하고 있지 않다"면서 "다만, 택배우편물 배달예고 및 결과를 휴대폰 메시지로 알려주는 경우는 있다"고 시민들의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다.

◇수법 갈수록 진화·다양

보이스 피싱 사기가 갈수록 진화하면서 더 많은 시민들이 피해를 당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초기 피싱수법은 국세청 등 공공기관을 사칭해 세금 환급을 빌미로 피해자를 현금지급기(ATM)로 유도하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이런 수법이 널리 알려진 최근 들어 대학 등록금 환급, 경품행사 당첨 등의 다양한 수법들이 등장했고, 피해자에게 신뢰할 수 있는 기관으로 사칭하기 위해 사전에 입수한 개인정보를 활용하기도 한다.

경찰 관계자는 "보이스 피싱 수법이 점점 지능화되고 다양해지면서 이같은 범죄가 새해 들어서도 줄어들고 있지 않다"며 "새해 초부터 많은 시민들이 보이스 피싱 범죄의 표적이 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시민들 각별한 주의 필요

전문기관과 경찰은 보이스 피싱 근절을 위해 노력을 하고 있지만 갈수록 수법이 진화하고 있어 이들의(보이스 피싱 사기단) 일망타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결국 시민들이 피해를 최소하기 위해서는 각자 스스로가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고 전문가와 경찰은 조언했다.

한국정보보호진흥원(KISA) 관계자는 "우선, 범죄에 악용될 수 있는 동창회나 동호회 사이트의 주소록과 비상 연락망 등의 개인정보파일을 삭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발신자표시가 없거나 001, 080, 030 등 처음 보는 국제 전화번호는 받지 말고, 녹음멘트로 시작되거나 현금지급기 이용을 유도하는 경우에는 대응하지 말 것"을 강조했다.

이어 "이미 전화금융사기를 당해 돈을 송금한 경우에는 경찰에 신고하고 가까운 은행이나 금융감독원을 통해 '계좌지급정지'와 '개인정보노출자사고예방시스템'에 등록해 추가적인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경찰 관계자는 "공통적으로 어눌한 한국말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대부분 전화를 걸어 접근하고 있다"며 "일단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전화가 왔을 때 해당 번호나 기관으로 다시 전화를 걸어 확인하는 것이 가장 현명한 예방책으로 생각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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