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벽에 멍든 여성들 "돈은 많지만 훔치고 싶어서"
도벽에 멍든 여성들 "돈은 많지만 훔치고 싶어서"
  • 충청타임즈
  • 승인 2007.12.02 2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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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 최모씨(36.여)는 레스토랑까지 운영하며 월 순수입이 1500만원이 넘는 고소득 자영업자지만, 지난 8월8일 오후 9시께 서울 영등포구 C마트에서 어린이치약, 칫솔, 콘돔 등 2만5000여원 가량의 물품을 훔치다 경찰에 붙잡혔다.

중소기업을 운영하고 있는 박모씨(66.여) 역시 수십억대 재력가지만 지난해 4월10일 오후 12시20분께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동의 H마트에서 83만원 상당의 물건을 훔치다 경찰에 적발됐다.

경찰에 따르면 박씨가 훔친 물건들은 아기 기저귀, 면도기, 면도날, 덧버선 등 자신에게 필요도 없는 물건들이었으며, 1975년부터 지난해까지 서울 등지 마트와 백화점에서 상습적으로 물건을 훔쳐 절도 전과만 24차례에 이른다.

경찰 조사결과 박씨는 상습 절도 혐의로 구속영장이 발부된 상태였으며, 심장병 때문에 공주치료감호소에서 정신 치료를 받던 중 또 다시 도벽 충동을 이기지 못하고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미술학원에서 강사를 하고 있는 하모씨(35.여) 또한 대기업에 재직 중인 남편과 맞벌이를 해 비교적 넉넉한 생활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형할인마트 의류매장에서 10여만원 상당의 여성용 바지 등을 훔친 뒤 입고 온 치마 속에 껴입고 달아나려다 현장에서 덜미가 잡혔다.

흥미로운 점은 이들 모두 범행 당시 하나같이 "왜 훔쳤는지 모르겠다"고 진술함에 따라 특별한 범행 동기도 찾아볼 수 없었다는 사실이다.

서울경찰청이 분석한 '강.절도혐의로 검거된 사람들의 성별.연령별 현황'에 따르면 2003년에는 1만9466명이었던 강.절도혐의 검거 인원이 3년만인 2006년에는 4000명 가까이 증가해 2만3126명에 이른다.

또 올해 1월부터 8월까지는 1만7157명이 강.절도 혐의로 경찰에 붙잡혔으며, 이 가운데 여성이 2966명으로 전체의 약 17%를 차지한다.

특히 강.절도로 검거된 여성 중 33%가 40대~50대에 집중돼 있어 같은 연령층에서 남성이 19%를 나타낸 것과 큰 차이를 보인다.

40~50대 여성이 주로 가정주부라는 점을 감안할 때 그 배경이나 동기가 무엇인지 눈길이 가는 대목이다.

경찰 관계자는 "대형 할인마트와 백화점 등지에서 붙잡힌 여성들을 조사하다 보면 공무원, 학교 선생님, 전문직 등도 있어 상식적으로 왜 훔치는지 납득이 가지 않을 때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또 "남성은 유흥비나 생계형 절도가 많은 반면 여성들은 충동적이고 습관적인 도벽성향을 띠는 경우가 대부분이다"라고 덧붙였다.

김종우 경희대 정신과 교수는 이에 대해 의학적으로 '충동조절장애'에 해당한다고 설명하며 우울증 등이 동반되기 때문에 실제로 남성보다는 여성에게서 도벽이 더 많이 나타난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이는 필요에 의해 물건을 훔치는 것이 아니라 훔치는 행위 자체에 욕구를 느끼는 것"이라며 "대개 이런 사람들은 막상 훔친 뒤에 물건을 버리거나 처박아두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실제로 여성의 경우 특별한 이유 없이 절도를 저지르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남들이 봤을 땐 돈도 많고 만족도가 높은 삶을 사는 것 같아도 실제로는 곪아 있는 사람들이 많다"며 "이런 사람들은 훔친 장물을 팔기 위해서가 아니라 절도 순간에 집중함으로써 스트레스를 떨어내는 동시에 일종의 성취감을 느끼기 위해 범행을 저지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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