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요와 필요악
필요와 필요악
  • 충청타임즈
  • 승인 2007.10.31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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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 고
윤 태 섭 <청주교도소장>

젊은 부부가 어린아이를 데리고 있으면 흔히들 아이에게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으냐를 묻는 것을 예사롭게 생각하며 묻곤 한다. 아마 한두 번쯤 아무런 생각없이 이런 경험을 누구든 겪었으리라 본다. 어린아이가 점점 자라 차츰 사리분별을 할줄 알게 되면서부터 엄마 아빠 둘 다 좋아 라는 대답으로 발전이 되면 영특한 아이이거나, 스스로를 속이며 적절한 타협을 눈치껏 해버리는 영악한 아이로 성장하였으리라 본다. 이렇듯 사소한 것에서부터 좋다, 나쁘다로 구별하는데 길들여져 있고 살아가면서 가치관 판단에도 나날이 익숙해져가고 있다.

사람이 한 평생 좋은 것 좋은 일만 일어난다면 더 없이 바람직하겠지만, 살다보면 나쁜 일 나쁜 것이 없을 수는 없다. 가까이는 내 신체, 가족, 직장, 사회 등에서 자기와 맞지 않는다고 무조건 배척할 수만은 없는 일일 것이다.

개개인의 삶에서는 자기의 취향에 따라 손익을 감내하며 선택할 수도 있지만, 사회 또는 국가라는 큰 테두리로 들어가면 필요와 불필요의 좀더 광범위하고 냉혹한 기준이 선택의 판단을 좌우하게 된다.

냄새가 난다고 쓰레기장 없애고, 세금 내기 싫다고 세무서 없애고, 내 자식 군대 보내기 싫다고 군대 없애는 등 입맛대로 없애고 내치고 한다면 오히려 우리가 편리하게 살아 갈 수 없을 것이다.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들은 고도의 과학발달이 삶의 질을 높이고 산업발전으로 모든 필요를 충족해주는 시대에서도 모두에게 없어서는 안 되는 필요악이 더욱 비대해지고 위상까지 덧칠을 해가고 있는 것이 전 세계적인 추세이다.

젊어서 교도관으로 사회 첫 발을 내디딘 뒤 평생을 교도소에서 근무를 하다가 소장으로 교도소를 대표하는 기관장이 된 나에게도 가장 곤혹스러운 것이 부임지마다 교도소 이전을 운운하는 말이다.

대부분은 인근 주민들의 담합으로, 때로는 정치적으로 님비현상을 야기시키기도 하는데, 과연 일부인의 이익을 위한 주장대로 전국 교도소를 수시로 옮긴다면 환영하며 받아 줄 곳도, 아니면 모두의 의견에 부합된 적절한 곳도 찾지 못할 뿐더러 그에 따른 예산낭비 또한 천문학적일 것이다.

내칠 곳이 없다면 없앤다. 더더욱 어불성설임은 삼척동자도 알고 남을 일이 아니겠는가. 그러하다면 존재의 당위성을 필요악 쪽으로 시선을 돌려야 할 터이고, 이를 위해 얼마만큼 주변과 동화하고 불편함을 최소화하며 밝고 깨끗한 이미지와 친숙함으로 주민들에게 다가서는가를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할 일이 교도소장으로서의 책무가 아닌가 싶다.

구금확보에만 주력하던 교도소가 각 계 종파의 종교 활동을 적극 권장하여 1인 1종교인 만들기 운동을 벌이며, 정예직업훈련소로 수많은 자격증 소지자의 수용자로 신분을 격상시키는 것은 물론, 지방 및 전국 기능대회 메달리스트도 많이 배출한 전통 있는 기능인 양성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청주교도소는 전국 최초로 주성대 흥덕캠퍼스 전문학사 과정을 설립하여 배움의 꿈이 좌절된 수용자들에게 국비로 학비보조까지 지급해 주는 혜택까지 주고 있다.

앞으로는 지역주민들의 유치대상 1호가 되는 기관으로까지 되기 위해 끊임없는 노력을 경주하는 교정인의 대열에 앞장선 선배로 남기를 바라며 후배들의 부단한 정열로 저의 소박한 꿈이 이루어졌다는 소식이 들리기를 고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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