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경기에 '먹튀 사태' 줄잇는데…고소 망설이는 피해자들
불경기에 '먹튀 사태' 줄잇는데…고소 망설이는 피해자들
  • 뉴시스 기자
  • 승인 2024.01.03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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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라테스·헬스장 수강료 챙기고 폐업
빚 감당 못하는 업주들…"고금리 영향"

"소비자 피해구제 어려워…염가 유의"



회원을 모집해 수강료를 챙긴 후 돌연 폐업하는 이른바 '먹튀(먹고 튀기)' 업체들이 경찰 수사망에 올랐다. 필라테스, 헬스장 등 주로 회원제로 운영되는 곳들인데, 고금리로 빚을 감당하지 못한 업주들이 많아진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전문가들은 '먹튀' 업주에 사기죄 적용은 가능하지만 피해 구제는 어렵다며 지나치게 염가일 경우 계약서를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피해자들 "고소가 더 스트레스"



3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 서대문경찰서는 지난달 27일 이벤트를 통해 회원 100여명을 모집한 뒤 돌연 폐업한 유명 필라테스 학원 대표 송모(46)씨를 1억원대 사기 혐의로 불러 소환 조사했다.



송씨는 지난해 11월 '수능 이벤트'를 진행하고 수강생을 끌어모은 뒤 회원들에게 냉난방 공사 등을 이유로 휴관 공지를 한 후 돌연 영업 중단을 공지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송씨를 한 차례 더 불러 필라테스 수업을 진행할 의사나 능력이 있었는지, 사기의 고의성이 있는지 여부 등을 확인할 에정이다.



경찰은 피해자들에게 이달 중 계좌내역과 관련한 자료를 제출해달라고 요청한 상태다. 피해자들은 적게는 수십만원, 많게는 수백만원에 달하는 금액을 지불한 것으로 파악됐다. 70만원을 지불한 피해자 A씨는 "문자로 돌연 영업중단 연락이 왔다"며 "바로 할부 항변권도 신청하고 소비자보호원에도 신고했지만 대표가 '돈 없으니 배째라'는 식으로 나온다면 돈을 회수하지 못할 것 같다"고 말했다.



피해자 100여명 중 고소에 나선 인원은 83명에 불과하다. 고소를 통한 '득'보다 '실'이 많을 것으로 판단한 피해자 일부는 고소에 나서지 않거나 고소를 취하한 것으로 파악됐다. 피해자 B씨는 "고소에 참여하는 게 더 큰 부담"이라며 "사기죄로 처벌을 받는다고 한들 돈을 돌려받을 수 있을까 싶다"고 말했다.



인천 송도에서는 한 분만병원이 돌연 영업을 중단한 사태가 빚어졌다. 송도 내 유일한 분만병원으로 산후조리원까지 연계해 운영하던 해당 병원은 지난해 10월 산모들에게 '진료를 일시 중단한다'고 공지했다.



해당 병원에서 출산을 계획하고 산후조리원까지 등록한 산모 일부는 스트레스에 시달린다며 소송전에 착수했다. 산모 C씨는 "다른 병원을 찾아가기에는 출산이 임박한 상황이어서 걱정이 많았다"며 "조리원도 370만원을 주고 등록했는데 환불까지 하세월이라 소송도 추진했다"고 전했다.



◆"고금리·소비 위축 영향…피해구제 어려워 염가 주의해야"



헬스장, 학원 등 회원제로 운영되는 업종의 폐업 소식이 줄을 잇는 건 고금리 장기화로 빚을 감당하지 못한 자영업자들이 늘어났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경기 침체로 소비가 위축하는 데다가 고금리 기조가 맞물리면서 부채가 증가하다보니 이를 감당하지 못한 업주들의 폐업이 늘어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법조계에서는 '먹튀' 업주가 변제할 의사나 능력이 안 되는 점을 입증하면 사기죄 성립이 가능하다고 입을 모았다. 다만 업주가 '수중에 돈이 없다'고 버틸 경우 피해구제는 사실상 어렵기 때문에, 소비자가 사전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사기 사건을 다수 수행한 하서정 변호사는 "처음부터 서비스 제공을 하지 않을 의사로 돈을 받은 것이 입증된다면 사기"라며 "업주에 대한 배상명령신청, 민사소송 등을 제기할 수 있지만 돈이 없다면 현실적으로 피해구제를 받기 어려워지기 때문에 너무 염가일 경우 의심을 해봐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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