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의 원불교인들에게 고(告)함
충북의 원불교인들에게 고(告)함
  • 박경전 원불교 청주상당교당 교무
  • 승인 2023.11.30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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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자의 목소리
박경전 원불교 청주상당교당 교무
박경전 원불교 청주상당교당 교무

 

제가 교무들 훈련에 가서 동창과 선후배를 만나면 서로 근무지가 어디인지 물어봅니다. 제가 청주 상당에 있다고 하면 그 자리에 있는 교무들이 한마디씩 합니다. “애쓰지?” “힘든 곳에 있구만.”

뭐 괜찮습니다. 교화가 안 힘든 곳이 어디 있겠습니까? 그런데 그중에 충청도 교화를 해 보셨다는 분들이 또 그럽니다. “충북 사람들이 원래 교화하기가 힘들어. 그분들 속을 알 수가 없어. 분명히 앞에서는 다음 주에 나온다고 했는데 그 뒤로 소식이 없어. 충청도 사람들이 교화하기 제일 힘들어.” 그리고 묻습니다. 그래 자네는 고향이 어딘가? “네. 저도 충북입니다.” 충북 사람들의 특징은 배려와 의리입니다. “밥 먹었냐?” “괜찮아유.” 남에게 폐 끼치는 걸 미치도록 싫어하는 사람들입니다. 이게 옛날로 치면 군자의 태도입니다. 또 선비의 태도입니다.

그런데 이제 우리 진짜 배려가 무엇인지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우리가 항상 괜찮다고 하는 이유는 내가 배가 고프면 당신이 밥을 또 준비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생기지 않느냐?라는 겁니다. 그건 내 생각입니다. 상대방은 기왕이면 당신을 위해 밥을 준비해주고, 당신이 밥을 맛있게 먹어주면 그게 너무 기분이 좋은 겁니다. 그러니까 내가 걱정하는 상대방의 번거로움이 사실은 상대방에게 아주 큰 기쁨이라는 이야기입니다. 내가 원하는 것, 내 생각 말고 실제로 상대방이 원하는 것, 상대방의 마음을 보아야 하는 겁니다.

그 정도는 사실 느낌으로 알 수 있는 일입니다. 상대방이 “이 번거로운 녀석, 제발 내 눈앞에서 사라져 줘.”라고 하는지, “아이구 반가워, 내가 널 위해 이만큼을 해주고 싶어, 제발 받아달란 말이야.” 라고 하는지 말입니다.

우리 충북 원불교 교도님들이 교화에 있어 제일 걱정하는 게 `내 권유가 저 사람에게 폐를 끼치는 게 아닌가? 저 사람이 오기 싫은 데를 오고 있는 게 아닌가? 나 때문에 휴일 쉬지도 못하고 교당에 나오는 건 아닌가?'일 겁니다.

사람에게 가장 필요한 게 무엇입니까? 돈이 제일 필요합니까? 지금 그 지인들에게 제일 필요한 게 무엇입니까? 지금 그 지인들에게 돈을 줄 겁니까?

내가 사랑하는, 내가 좋아하는 내 지인들에게 마음을 마음대로 사용할 줄 알게 해 주는 마음공부를, 이번 생만 아니라 영생을 복 받고 살 수 있는 인과 공부를 소개시켜 주는 겁니다. 우리가 진짜로 그들을 배려한다면, 그냥 지금 기분 맞춰주는 배려가 아니라 진짜로 그 사람을 위한, 그 사람의 인생을 위한 배려를 해야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충청도 사람들이 의리를 정말 중시하고 정말 잘 지킵니다. 한 번 인연을 맺으면 끝까지 가는 사람들이 바로 충청북도 사람입니다. 아니죠. 충북 원불교 교도님들입니다. 인연을 맺는 것이 좀 어려울 뿐이지, 한 번 맺으면 끝까지 가는 분들이 우리 교도님들입니다. 인연을 맺으면 무조건적으로 믿어주고, 험하고 어려운 길일지언정 함께 갈 줄 아는 교도님들입니다.

충북 원불교의 주인분들이 바로 여러분입니다. 여러분이 하자고 하면 되는 것이고, 여러분이 하지 말자고 하면 안 되는 것입니다. 지금 여러분 교당이 잘 되고 있고 무엇인가 되고 있으면 여러분이 그렇게 한 것입니다. 그런데 지금 교당이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다면 여러분이 하지 않은 것입니다. 우리 충북의 주인님들! 자랑스런 충북을 만드는 것이 여러분임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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